두 번째 시집 내고 10년 만이다.
그 세월 속에는,
지진 7.0의 흔들림에도
총기 사건 현장에서도
식인 곰 그리즐을 만났어도
죽지 않고 살아남은 알래스카의 삶이 들어 있다.
극한 속 칼날 위의 삶이 책으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제 무덤 자리에 알을 낳으러 가는 연어처럼
모든 흔적은 본래 자리로 돌아가고
시절 인연으로 독자가 세운 시비(詩碑)는
남은 생의 주춧돌이 될 것이다.
2023년, 여백정원에서
배롱나무 꽃상여가
너울너울 여름을 건너고 있다.
풀꽃들의 문상이 이어지고
사랑을 해도 불안한 이 시대에
산 하나 넘으면서
어처구니 사랑을 만나
두 번째 산에서
달을 가리키던 손가락이 칼에 베인 뒤
절필을 생각하며
길을 잃고 일박했다.
허기를 양심으로 때우며
빗방울이 마음을 두드리는 저녁까지 왔으니
이제 시를 쓰지 않아도
살아지거나 사라질 것이다.
2024년 10월
길 떠날 채비를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