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가 되는 여정
어릴 때였습니다. 우연히 접한 동화 속의 미운 오리가 왜 그렇게 마음에 와닿았는지요. 동화 속의 오리는 나의 모습과 비슷했습니다. 어디에도 잘 나서지 못해서 속으로만 가두었던 나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오리가 겪는 힘든 여정을 되새길 때마다 언젠가는 나도 저런 백조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힘든 시기를 거쳐왔던 만큼 백조가 되는 것은 큰 반전이면서 그동안 힘들었던 것들이 한꺼번에 보상받는 기쁨이었습니다.
어릴 때 꿈이 무엇이었냐고 혹 묻는 사람들에게 백조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하면 언뜻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합니다. 그것은 나만이 알고 있는 내 속의 수많은 오리가 언제든지 백조가 되기를 바라는 느린 꿈의 여정과 같습니다. 시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오늘 힘들면 내일 쉬어가도 되는 그런 꿈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내 속에 있던 오리들이 한 마리씩 백조가 될 때마다 꿈을 이루는 작은 환희에 젖어 들기도 하지만 또 다른 백조가 될 꿈을 향해 걸어갈 힘을 얻습니다. 날마다 무언가를 향해 걸어가는 것이 즐거움이었습니다. 무슨 거창한 것들이 아니어도 오늘 하루 열심히 할 수 있는 그 무엇이면 족합니다.
내 속에 있는 오리들을 키우는 것들이 참으로 편안한 꿈의 여정이듯이 그동안 써온 글들을 묶어 책을 내려고 하는 지금 꿈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행복합니다. 이처럼 세상에는 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가끔은 기적처럼 내 앞에 나타나 있는 것을 볼 때가 있습니다.
그동안 소소하게 써 놓았던 것들을 읽고 또 읽으며 끝없이 나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나의 글 대부분은 독백 같은 말이기도 하지만 나를 돌아보는 반성의 글이 대부분입니다. 때로는 걸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한 모습으로 멈칫거릴 때도 있지만 그 또한 나를 위한 소중한 한걸음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또다시 한 걸음씩 걸어 나갈 용기를 가질 것입니다.
그동안 저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신 분들 모두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부족하고 부끄러운 글조차 진지한 모습으로 한 귀퉁이씩 나아갈 수 있도록 가르쳐주신 전 수림 선생님과 배움에 함께했던 화요반 문우 선배님들께도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2024. 3
김윤정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