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일까요?
자연은 나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그 무더운 여름날에 나무에서 노래하던 매미가, 집 옆 고랑을 흘러내리는 개울물이, 푸른 하늘을 베개삼아 유유히 노니는 흰 구름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나를 느껴봐. 그리고 나를 노래해. 나를 표현해 줘.
언제부터일까요?
매일 만나는 사람들 안에 있는 사람안의 사람, 혹은 그 사람 안 저 깊은 곳에 있는 영혼이, 교실에 같이 앉아 있을 때, 길을 걸어갈 때, 같이 밥을 먹을 때, 다정한 대화를 나눌 때에도 나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나는 누구일까? 너는 또 누구니? 우리는 왜 하나가 아니고 떨어져 너와 내가 되었을까?
언제부터일까요?
동네 친구들의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푸르디푸른 혼불을 타고 묫자리로 날아가면서 나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나는 이제 간다. 넌 언제까지 살거니? 죽음 뒤에는 무엇이 있는지 혹시 생각해 보았니?
그리하여 나는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모든 존재와 대화하기 위해 나서서 글을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초 중 고 시절에 상당히 많은 습작을 하였으나 남아 있는 게 별로 없고, 군 생활과 대학 시절에는 명상 쪽에 관심을 두어 나름대로 수련을 하여 온 우주가 내안에서 생멸함을 느끼는 등 체험도 많았으나 기록함에는 소홀하였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존재들과의 대화를 기록하는데 더욱 매진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제 그동안의 글들을 모아 책으로 내어 놓으면서, 나와 대화하던 모든 존재 우주 자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2024년 3월
세계문학예술작가협회 발전분과위원장
시인 유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