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시집을 내면서
이천이십년 봄입니다. 지난 시절 모아두었던 글들을 정리하여 『내 이름은 가장입니다』라는 자전시집을 출간하였습니다.
베트남 고추 덥석 입에 넣는 겁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그러나 반쪽짜리 시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는데 이번 『부산시단』 신인상 수상과 함께 시인으로 등단하고, 두 번째 시집을 출간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이번 『겨울 진달래』에는 늘 그리운 부모님과 사랑하고 미안한 아내 그리고 항시 자랑스러운 아들과 딸의 얘기, 더불어 투병 중인 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지극히 제 자전적 이야기라서 독자들이 어떻게 읽으실까 두렵기도 하지만 티브이에서 김윤권이라는 사람의 인간극장 드라마 한 편 보신다는 편안한 맘이면 좋겠습니다.
시 공부를 정식으로 하지 못해 시가 가진 형식과 틀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퍼즐 맞추듯 머리로 짜낸 시가 아니라 가슴으로 글을 적고 글 읽는 사람도 가슴으로 느끼기를 바랐습니다.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시를 쓰면서도 마음과 감동을 나눌 수 있는 시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투병을 시작한 지 벌써 십오 개월이 지나갑니다. 눈물겹도록 미안하고 고마운 아내와 13명의 식구 또 처가 식구들 아울러 저의 쾌유를 빌어주는 친구와 지인들께 이 책을 바칩니다.
마지막으로 막연히 글 적는 게 좋아 습작하고 있는 저를 시의 세상으로 또 시인의 길로 인도해 준 초등학교 친구 예인 김종대 시인님께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추운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모든 님들의 안녕을 빕니다.
2023년 겨울
내시경 검사를 하면서
앞선 시집을 따라 쌍둥이 세 번째 시집 『마음 내시경』을 출산합니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 읊듯’이 세째이기에 잘 써야 한다는 책임과 욕심이 함께하지만, 아직 모자란 시집입니다.
마지막 원고 작업을 하면서 생각이 참 많아집니다. 시집 곳곳에 녹아 있는 제 생각과 이념들이 같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같은 생각으로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이기를 바라봅니다.
자기 상상과 생각을 짧은 몇 줄의 글로 표현한다는 건 참 어렵습니다. 음식처럼 몇 사람 입맛에 맞냐고 묻지 못하고, 제 입에 맞도록 적은 글인 까닭입니다. 혹여 이 글을 읽는 님의 입맛에도 맞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고맙겠습니다.
훗날 네 번째 시집을 낸다면 긴 투병을 끝내고 밝고 희망 가득한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이순 나이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가는 세월 하루라도 붙들고 싶은 님과 함께 이 책을 나누고 싶습니다.
바깥 공기가 찹니다. 정말 겨울이 오려다 봅니다. 얼른 지나고 진달래 필 봄을 벌써 기다립니다.
2023년 겨울, 김윤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