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대 후반에 시(詩)를 시작하다니
얼토당토않은 망발이지만,
목숨을 이어갈 방도가 달리 없으니 어찌 하랴?
오순도순 정 나누며
살갑게 웃을 일만 남은 줄 알았다.
모진 폭풍우가 순식간 몰려와 산천을 뒤흔들더니
거센 바람은 나를
낯선 세상으로 옮겨놓았다.
짙은 어둠 속, 낯선 영감과 언어들에 휩싸여
난민으로 살아온 2년여의 흔적을
여기 남긴다.
다시 폭풍우가 몰려오면 이번엔
거센 물살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알 수 없지만
이곳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일밖에…
뜨거운 고통은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꾼다.
모든 것을 잃은 절대적 상실이
때로 찬연할 수 있는 까닭이다.
아파보았기에,
아픈 사람들을 끌어안고 살아가련다.
2017년 봄 대학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