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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정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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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사계>

사계

오늘 아침, 햇살이 나뭇가지에 살짝 걸터앉았습니다. 그 모습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다가 시간의 눈금을 문득 헤아려봅니다. 한 계절이 끝나고 다른 계절이 시작될 무렵인 간절기입니다. 계절은 기다리지 않아도어김없이 순환되어 찾아와서는 내 마음의 호수에 윤슬을 일으킵니다. 크로노스Cronos는 모두에게 주어지는 절대적인 시간입니다. 1초, 1분, 1시간, 어떤 환경에 의해 바뀔 수 없는 물리적인 시간이죠. 우리네 삶은 이런 객관적인 시간 개념 속에 살고 있습니다. 반면에 카이로스kairos는 개인에게 부여되는 상대적인 시간입니다. 하루가 24시간이지만 사람마다 그 시간에 대해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주관적인 시간이에요. 절대적인 시간은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매 순간 삶의 가치와 의미를 부여한다면, 저의 인생은 조금이나마 풍성해질 것이라 믿습니다. 시간, 계절, 두 낱말을 되뇌다 보니, 어느새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사계」를 틀게 됩니다. 연주를 듣는 동안 제 머릿속에는 여러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사계」에는 계절의 변화가 음音으로 잘 묘사되어 있어, 풍경화를 그리듯 이미지를 떠올리기가 쉽습니다. 현상들이 마음속에서 재생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울림의 파동도 빈번합니다. 제 삶의 궤적을 더듬어 봅니다. 시간과 노력을 일관되게 쏟은 것이 글쓰기였습니다. 수필가로서 살아온 정체성이, 비발디의「사계」처럼 독자인 당신에게 감동을 드리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봄 여름 가을 겨울, 반짝이는 언저리에 머무를 수만 있다면, 저의 카이로스는 축복으로가득찰 것입니다. 당신에게만은, 의미 있는 책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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