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내면서
존재하는 건 늘 갈구한다는 말이 있더군요. 맑은 눈 크게 뜨고 세상의 격랑 속을 헤치면서 숨을 쉬고 사고하며 관조하는 모든 건 살아있음의 특권이겠지요.
갓난쟁이도 갓 태어나 눈도 뜨지 못하면서도 앙증맞은 두 손을 입으로 구겨 넣고, 배밀이 시작하면 눈에 띄고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은 입으로 가져가는 행위를 합니다. 가르치지 않아도 엄숙한 생명 유지의 거스를 수 없는 본능입니다. 아무 데서나 아무거나 생각대로 끄적이고 쓰고 싶은 욕구의 날들. 그건 제 본능이었습니다.
그래서 운문(시와 시조, 동시), 산문(수필), 표어 등을 응모하여 선택되는 행운과 입상의 기회도 있었고, 또한 등단의 과정을 거쳤지만 늘 주변인으로 스스로 모자란다는 자책이었습니다.
예술은 모방에서 출발한다는데 아직도 그 근처에서 서성대는 시간 속의 ‘나’를 찾고 싶은 거지요. 부족함을 격려해 주신 예인문화사 대표 김종대 시인께 감사드립니다.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2023년 6월 ‥ 가는골 김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