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경험을 유일한 실재로 하여 모든 것을 설명해보고 싶다는 것은 내가 꽤 오래전부터 지니고 있던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마하 등을 읽어보았지만 도무지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개인이 있기에 경험이 있는 게 아니라 경험이 있기에 개인이 있다는 생각, 개인적 구별보다는 경험이 근본적이라는 생각을 통해 독아론을 벗어날 수 있었고, 또 경험을 능동적으로 사고할 수 있음으로써 피히테 이후의 초월철학과도 조화될 수 있으리라 여겼기에 기어이 이 책의 제2편을 썼던 것이지만, 그 불완전함이란 두말할 것도 없다. 당시엔 뮌스터베르크의 심리학이나 헤겔의 논리학에 빚진 곳이 있었다고 하겠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은 서둘러 옛 사상과 타협했다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