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리, 세화리, 하도리…… 이름도 어여쁜 곳을 느릿느릿 돌던 어느 날 제주해녀박물관을 발견했다. 해녀에 대해 막연하게나마 관심이 있었던지라 한번 들러나 볼까, 하고 들어갔다. 전시관 입구에는 해녀들의 쉼터인 불턱과 해녀들을 재현한 대형 디오라마가 있었는데 그걸 본 순간 나는 발을 떼지 못했다. ‘맞닥뜨렸다’고밖에 할 수 없다. 어떤 결정적 장면과 맞닥뜨린 기분.
남은 여행길에서 내내 한 가지 생각을 했다. 해녀들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쓰고 싶다고, 써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