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여러 권의 단독 또는 공저 연구서를 써왔는데, 이번에 쓴 『설화문학으로 본 일본문화』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느낀다. 일본 설화문학을 중심으로 연구해 오면서 『일본설화문학연구』(보고사 2003)와 『今昔物語集의 전승방법』(보고사 2005)을 집필한 후 시간이 많이 흘렀고, 그 동안의 연구 성과를 새롭게 정리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실행을 못하고 있었다. 항상 과제를 앞에 두고 부담을 느끼면서 지냈는데 다행히 올해 연구년을 맞아 여유를 갖게 되었다. 특히 한 달 동안 일본 릿쿄(立敎)대학의 초빙연구원으로 지내면서 연구서 집필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대학 일본언어문화학부가 [인문역량강화사업]에 참여하면서 사업단으로부터 받는 지원도 좋은 모티베이션이 되었다. 도움을 주신 분들과 기관에 대해 지면을 빌어 감사를 드린다.
일본 설화문학을 연구해오면서 항상 염두에 두었던 것은 다른 문학 장르와는 성격이 다른 설화문학의 특징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규명할 수 있을까 하는 방법론이었고, 이러한 고민을 하게 된 근원에는 필자는 한국인으로서 일본 고전문학을 연구하는 입장이라는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돌아보면 일본 유학시절 일본 국문학계의 학풍을 익히고 귀국해서도 한동안 거기에 익숙해 있었다. 그러던 중 일본문학이란 일본 학자에게는 국문학이지만 나에게는 외국문학이라는 사실을 점점 자각하게 되었고, 그렇다면 한국인의 입장에서 일본고전을 바라보는 적절한 시각과 방법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설화문학의 경우는 모노가타리(物語)나 와카(和歌)와는 달리 전승성을 지닌 유동적인 문학, 일본어로 표현하자면 「流れの文?(흐르는 문학)」이라는 특징이 있고, 이런 특성을 지닌 설화문학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연구자로서의 아이덴티티에 더 민감했던 것 같다.
또 하나 본 연구서의 성격에 대해 언급하자면, 일본문학을 일본문화나 사회와 접목시켜 파악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음을 밝혀 둔다. 원래 모든 문학이 그러하듯이 문학작품 안에는 작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작품이 쓰인 당시의 시대적 제반 상황이 반영되기 마련인데, 설화문학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저서 안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설화문학은 어떤 의미에서는 살아있는 역사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설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이러한 특징은 문학으로서 뿐만 아니라 역사 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효과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문학연구와 더불어 문화나 사회와 접목한 연구도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본 저서는 위에서 언급한 생각을 바탕으로 전체 12장으로 구성하였다. 그 동안의 연구 성과를 정리하는 한편 누구나 읽고 이해하기 쉽도록, 그리고 일본 고전문학과 일본문화를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유익한 자료가 되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이러한 필자의 의도가 이 분야의 연구자는 물론 일반 독자에게도 잘 전해지기를 희망하고,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일본문학을 통해서 일본의 참모습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고자 한다. 그 동안 도움을 주신 분들과 기관, 출판 과정에서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한국외국어대학교 지식출판원에 깊이 감사를 드린다.
2017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