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스럽게도 최근 2~3년간 한국의 여러 철학학회에서 한국 현대 철학에 대한 반성이 시도되었고, 나름의 결과물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엄정하고 철저한 반성은 부족하다. 이러한 한계의 주 원인은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공론화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우리 철학계의 풍토일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20세기 초 서양 철학이 이 땅에 처음 유입되던 시기에도 그대로 나타났던 현상이다. 이 시기 신남철, 박치우, 박종홍 등이 철학에서는 서로 다른 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이론에 대해 논쟁을 벌인다거나 비판한 흔적을 발견하기가 몹시 어렵다. 또한 우리 철학에 많은 영향을 끼쳤고 유신시대 철학을 했던 박종홍에 대해서도 최근 몇몇 비판적인 연구서들을 제외하고는 그 동안 학문적으로 검토, 비판하는 태도가 미약했다. 이것은 그만큼 우리 철학을 반성하고 제대로 구축하고자 하는 담론이 형성되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최근 일부에서 전개되고 있는 철학적 논쟁들처럼 한국에서도 이전 세대가 이루어놓은 철학적 작업들을 비판적으로 계승하는 시도가 허심탄회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나는 이런 맥락에서 박종홍 철학에 대한 비판적 작업이 비난으로 읽히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아울러 이를 통해 우리 철학의 현재와 미래를 분석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