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체험은 뿌리도 원인도 없이 무조건 생겨나는 것이 아니고 시대와 장소, 환경 속에서 발생한다. 한 사람의 인생은 그 시대의 역사적 주변 사건과 연관되어 계속되는 역사의 거울이다. 그러므로 보잘것없는 평범한 무명 인사의 생애도 역사의 거울로 들여다보면 역사의 한 면을 엿볼 수 있다. 영국의 어떤 시인이 한 포기의 풀 위에 맺힌 이슬방울도 우주를 알려 준다고 했듯이, 인간 각자의 ‘삶’도 그만큼 귀중하고 신비한 것이다.
그리하여 한 인간은 모든 인간과 존재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인간과 자연, 우주는 서로 엉키어 있다. 나는 그러한 각도에서 나의 존재와 ‘삶’을 인식하고 싶다. 나의 체험과 존재 의식이 다른 사람들의 것과 공통된 연관성 위에서 일치한다면 우리는 ‘삶’의 공통성을 찾게 될 것이다. 한 사람의 기쁨도 쓰라림도 그 체험에서는 공통되는 것이기에 인류 역사는 계속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
-회고록을 펴내며(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