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을 쓰기 위해 다시 소설을 읽는 동안 오히려 더 알 수 없어졌다. 나조차도 내 마음의 생김새를 모르는데 어떻게 하나와 비에의 마음을 유추할 수 있을까. 어느 순간부터 내가 의도한 것과 다르게 그 애들이 서로를 위해 행동하는 때가 많아졌다. 그러니 다만 내가 기억해낸 건, 그저 살아가는 이야기를 썼다는 거다. 어떤 형태로든. 커다란 세계에서 삶의 형태를 부정당해온 이들이 타인이 규정하고 목적을 내린 삶이 아니라 제 생의 모양을 갖춰나가는 이야기를. 온전한 애정이 거기에 깃들기를. 애정을 머금고 마음이 자라나기를. 마음에는 용량도 없으니 끝없이.
중단편 가작 <사어들의 세계>, 육선민
글에 붙어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계속 써왔습니다. 하루만 더, 하루만 더, 그런 하루들이 모여서 여전히 소설을 씁니다. 그만할까 싶다가도 묻어둔 이야기들을 돌이켜보며 다음 공모전까지만 써보자 다짐하며 느리게 나아갔습니다. 저의 다음을 응원해주고 함께 글을 놓지 않은 하옥단문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항상 믿어주었던 남자친구도, 무슨 글을 써야할지 모르겠던 제게 좋아하는 글을 찾으라는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신 교수님, 선생님들도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대뜸 예술고등학교로 진학해서 일찍 집을 나가버린 어린 저를, 묵묵히 응원해주고 지켜봐준 엄마아빠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여봅니다. 좋아하는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이후 얻은 첫 수상에 감격스러우면서도 계속해서 나아가도 괜찮다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종종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없는 것이 될 수 있을까. 우리 중심의 세계에서 우리에 속하지 않는 모든 존재들의 정형과 삶의 방식들이 ‘우리’로 인해 와해되어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는 어디까지를 ‘우리’로 여기고 있을까. 이 이야기는 이런 질문들에서 시작했습니다. 세계의 다수들이 외면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그 다수들이 소수로부터 앗아가는 것들에 대해. 저의 무지가 앗았던 것들에 대해. 자기반성과 함께 그렇게 소멸을 겪고 있는 지구의 소수들과 우주의 미지들을 생각하며 썼습니다. 어쩌면 저와 저의 우리도 어딘가에서는 사라지고 있는 존재일지 모르겠습니다. 욕심일 수 있겠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로 닿으셨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