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그림 작업을 하며 행복했던 유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어렸을 적 큰오빠가 전축에 바늘을 올려 들려주던 산울림 음악을 지금도 듣고 있다. 산울림 동요집2에 있던 「큰나무」를 여름 한낮에 마당에 세워 놓은 큰오빠의 자동차 안에서 시동도 켜지 않은 채 땀을 뻘뻘 흘리며 듣다가 차 배터리가 방전되었는데, 오빠는 화도 내지 않고 이 노래가 그렇게 좋냐고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작은언니는 그런 나를 보고 지금도 삶울림이라 놀린다. 산울림 형제는 산을 울렸지만, 나에게는 인생이 통째로 울렸다는 뜻이다. 그러는 언니도 「나 어떡해」가 흘러나오면 눈물이 핑 돈다고 한다. 산울림 동요 1집 개구쟁이 표지의 인물들을 공 차고 꿈꾸는 캐릭터로 만들어내는 작업은 내 어린 시절 풍기의 동네 친구를 다시 만나는 일이었다. 꽃 피는 봄날에 다시 꾼 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