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던 곳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는 버리면서 골라야 한다.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부지런히, 틈만 나면 집안의 물건들을 버린다. 옷도 버리고 신발도 버리고 책도 버린다. 버리지 못하는 건 오직 하나. 좋은 글을 쓰겠다는 일념이다. 아, 하나가 더 있다. 아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나의 아들. 부성의 부재를 겪으며 자란 아들. 제대로 사랑해 주지 못했고 포근하게 안아 주지 못했다. 스스로 잘 자라 준 아들 길환에게 나의 첫 소설집인 이 책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