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자 또는 공구를 동아시아에서 창조적으로 사유하고 그 결과를 문자(음성)으로 남긴 인물들 중 한 명으로 간주합니다. 후대 사람들이 이와 같은 이상에 동의할 경우 그이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낼지라도 공자가 앞서 조직해놓은 언어의 그물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논어>의 자장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나는 <논어>가 온갖 자원과 생명을 잉태한 숲처럼 동아시아 지성사에서 숱한 사유의 갈래를 낳았다고 여깁니다. 그러니 <논어>는 숲과 같습니다.
먼저 소박하게나마 동아시아 철학의 중요한 용어들이 지금의 관행보다 더 엄밀하게 현대 언어늬 의미에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다. 다음으로 나는 거창할지 모르겠으나 동아시아 철학사가 무변화의 동형 반복이 아니라 변화와 비약을 보이는 철학사임을, 그 굴절의 측면을 부각시키려고 한다. 이제부터 각 시대의 근대화가 사람다움과 연계되어 일어났던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