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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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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싸놓은 똥은 치워야지 않것소>

싸놓은 똥은 치워야지 않것소

탈핵은 지역주민만의 숙제가 아냐 ‘탈핵 잇다’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통해 작년 한 해 동안 황분희, 장마리, 이규봉, 장영식, 김용호 다섯 명을 만났다. 각자의 자리에서 탈핵운동하는 사람들을 잇고, 이제는 대중으로부터도 잊히거나 오래되고 낡은 환경운동의 하나로 인식되는 ‘탈핵’운동을 잇기 위해서였다. 그들의 탈핵운동이 궁금하면서도 그들을 그저 ‘탈핵운동’만 하는 전사나 영웅으로 보지 않으려 노력했다. 우리와 같이 그들이 누리는 일상과 고민이 궁금했고, 황분희 씨와 김용호 씨는 10년째 해온 운동과 싸움만이 아니라 쉽게 말하기 힘든 가족과 이웃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냈다. 장마리, 이규봉, 장영식 씨를 통해서는 핵발전소를 지지하고 찬성하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탈핵운동 안에 더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보통 우리는 핵발전소를 옹호하는 사람들을 ‘돈 때문’이라고 나무라지만, 핵발전에 대한 위험과 안전의 문제를 ‘이권’과 ‘돈’의 문제로 치환하는 권력과 그 안의 사람들을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탈핵 잇다’ 작업을 하기 전에는 나 역시 핵발전을 둘러싼 찬성과 반대, 즉 찬핵과 탈핵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도로 사람들을 구분했다. 어떻게 지역에서 오랜 시간 외롭게 싸우고 버텨왔는지를 먼저 묻기보다, 왜 지역에는 싸우는 사람이 없을까를 탓했다. 어쩌면 나 역시도 ‘돈 때문에 저런다’라고 생각하던 보통의 연구자들과 비슷했다. 그러나 5명의 인터뷰이와 그들이 싸워왔던 현장에 발을 디디면서, ‘탈핵’이란 그저 ‘핵발전소를 멈추고 신규 핵발전소를 짓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핵발전의 비중을 낮추는 에너지 생산이나 믹스(mix)’의 관점에서만 말하지 않는 것이라는 점을 배웠다. 탈핵은 하나의 거시적인 요구와 실천이 아니라, 그 안에 포함되지 못한 지역과 주민의 목소리를 통해 더욱 확장되고 ‘복수’의 탈핵들로 나아가야 한다. 왜 싸우지 않냐고, 왜 핵발전을 지지하냐고 힐난하기보다, 전기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우리의 안락한 삶이 그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공통 감각’을 이 책을 통해 키워나가길 바란다. 이 책이 당신을 귀찮고 불편하게 만들지언정, ‘탈핵’이라는 것이 그저 지역주민에게 주어진 어려운 숙제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모두의 문제라는 것에 공감한다면 저자로서 더 바랄 것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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