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시기라도, 패배한 자의 꿈이 제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올바로 평가받지 못했다. 고구려의 꿈을 재현하려던 궁예가 그랬고, 조선시대에 이미 '인민주권설'을 주창한 정여립의 난 또한 그랬다. 싸움에서 이기면 군자가 됐지만, 지면 정치적 계산에 따라 흥정되고 역사에 비위에 짓눌려 뒤틀려지고, 꺾여졌다.
그러나 땅에 묻힌 사금파리 하나에서 하늘에 묻힌 말발굽소리에서 긴 세월 저편의 흔적을 읽어내야 한다. 그 흘러간 시대를.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은 역사 속의 나를 만나는 길에 다름 아니기에, 잊혀진 땅과 그 땅을 걸었던 한 인간을 찾아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보라. 하여 그 쓸쓸했을 당시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역사의 한 장을 재구성해 보라. 흘러간 역사는 옛날이 아닌 바로 지금의 발 앞에 살아 숨쉬는 것임을 깨닫게 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