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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손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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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빛의 소멸>

누가 환유를

“꽃잎처럼 흩날리고 싶은 미혹한 사람” 저에게 소설이란 때론 아름답고, 때론 고단하고 남루했던 지난 시간의 흔적입니다. 문예지 등에 발표하여 흩어져 있던 흔적을 하나로 엮었습니다. 소설 쓰기 5년 만에 첫 작품집입니다. 『누가 환유를』이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편안하고 안락하게 쉴 수 있는 소안을 찾아 헤매는 시경, 이룰 수 없는 꿈 한 자락 잡고 안간힘 쓰는 영주, 성장기의 상처를 소설로 치유하는 준희, 자메이카라는 꿈을 머리에 화관처럼 두르고 오카리나를 연주하는 리나, 거친 세상과는 눈 가리고 귀 막고 살면서 마음에만 부채의식이 가득한 연희, 자신의 꺾인 날개를 아들딸에게 보상받고 싶어 스펙 쌓기에 매달리는 희경, 단순 소박함을 삶의 좌표로 삼은 정우와 소연, 마음에 북녘의 지도를 품은 아버지를 바라보는 은수, 달팽이처럼 바다를 향하여 끊임없이 기어가는 윤달은, 길모퉁이를 돌면 바로 그곳에서 서성이고 있을 것 같은 나이고 당신이고 우리입니다. ‘거울을 짊어지고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다면 함께 꽃잎처럼 흩날리고 싶은 미혹한 사람들입니다. 그 길모퉁이에서 만난, 일일이 열거하기엔 너무 많은 분께 감사를 보냅니다. 특히 출간을 준비하면서, 뜨거운 여름의 태양 에너지를 모두 끌어모아 퇴고한 중편소설 「빛의 소멸」이 직지소설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어 더욱 기쁩니다. 「빛의 소멸」도 곧 독자와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받은 과분한 관심과 소중한 격려를 기억하며 내일도 쓰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전 ‘아직도 미혹’ 하지만 제가 받은 빛의 에너지가 독자들에게 감동으로 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빛의 소멸

첫 번째 소설집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두 번째 소설집을 선보입니다. 너무 성급하지 않은가 염려하면서도 연년생의 출산을 앞둔 산모처럼 설렘과 기대가 엇갈립니다. 소설 속 인물들이 빨리 세상의 빛을 보고 싶다고 보채는 듯했습니다. 2021년 직지소설문학상을 수상한 「빛의 소멸」을 더는 어둠 속에 놓아두고 싶지 않기도 했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코로나19 <예술로 기록>에 선정된 「코로나 시대의 기적」 역시 팬데믹의 충격이 가시기 전에 발표하고 싶은 바람이 있었습니다. 마스크를 사려고 약국 앞에 길게 줄을 늘어섰던 상황이 어디 먼 나라 이야기이거나, 벌써 오래된 과거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시대의 기적」은 도서관법에 따라, 국립중앙도서관에 의해 ‘보존가치가 높은 온라인 자료로 선정’되어 국가자료로 등록 및 영구보존 될 것입니다. 이 소설을 먼 미래에 어떤 의미로 기억하게 될지 몹시 궁금합니다. 삶은 기억으로 촘촘하게 직조됩니다. 기록하지 않은 기억은 사라지기도 하고 굴절된 기억은 오래도록 남아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저에게 소설이란 때론 아름답고, 때론 고단하고 남루했던 지난 시간의 흔적을 돌아보는 일입니다. 흔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유년의 마루가 어룽거립니다. 한 그루의 나무가 결 고운 마룻바닥이 되도록 얼마나 많은 뜨거운 태양과 비바람을 견디었을지, 나이테에 담긴 세월과 자연의 순환을 되짚어 봅니다. 기억으로 남은 상처와 결핍의 시간, 그 「순수의 기억」을 찾으려 희망도 절망도 없이 표류하며 떠돌던 저를 구원해 준 것이 소설입니다. 어린나무에 꽃이 피고 열매가 맺도록 곁에서 지켜봐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분들의 힘으로 두 번째 소설집 『빛의 소멸』이 돛을 달고 항해를 시작합니다. 이오우 평론가님이 해설에서 언급했듯이 엄혹한 팬데믹의 와중에 집을 두 채씩이나 지었습니다. 이 집이 짐이 되지 않기를, 빛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누가 환유를』을 사랑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빛의 소멸』도 홋줄을 끊고 세상으로 나가 멀리, 수평선 저 너머까지 순항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소설 쓰기에 대하여 어디로, 왜, 라는 질문을 스스로 끊임없이 던지려 합니다. 간혹 표류는 할지언정 소설의 세계로부터 실종되지 않고, 언제나 쓰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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