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작품은 작가의 자식이다. 자신의 피를 찍어 글자하나하나를 써 내려간 결과물이다. 그런 자식이 불의의 사고로 사경에 이르렀다면 어떡하든 살리고 싶은 건 아비의 심정이다.
2쇄를 찍은 책사냥이 출판사 사정으로 시장에서 사라져야 할 운명에 처해졌다. 선택받지 못해 도태되었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다른 이유라면 인정할 수 없었다. 하여 개정판으로 세상에 다시 선보이기로 했다. 이왕 다시 태어나는 거 초판에서 미진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싶었다.
초판본은 외부(출판진흥원) 지원 사업으로 출간해야 했기에 정해진 기한 내에 원고를 마감해야 했다. 부랴부랴 원고를 제출하고 나니 아차, 싶었다. 수도원에서의 결말을 너무 안이하게 처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인쇄까지 들어간 걸.
치질 환자처럼 개운치 못했지만 나만 아는 찜찜함이었다. 다행히 출판사 ‘도화’를 만나 개정판을 내면서 나름 수술할 수 있게 되었다. 개운해졌다기보다는 안도의 숨을 내쉰다.
개정판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준 돌, 역, 한에게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