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범한 서민이요 농민이요 아버지요 남편에 지나지 않는 사람이요, 자랑거리나 감동거리가 남들과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내기로 용기를 냈다.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평 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평범한 책도 나름 의미가 있다 고 생각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해방과 미군정, 새로운 정부, 전쟁을 겪고, 정치 혼란, 4‧19혁명, 5‧16쿠데타, 군부 정권, 산업화, 민주화운동, 민간인 정부, 대통령 탄핵, 이런 저런 일들을 모두 겪었다. 오래 산 게 무에 자랑이냐고 하겠지만, 여러 풍파를 겪고 오늘에 살아 있어 평범한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를 할 수 있어 기쁘다.
쉰둥이로 태어나 조실부모하고 초등학교 나와 농삿일 하다가 공부가 하도 하고 싶어 가출해 서 서울로 가 공부를 더 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최연소 이장, 최연소 농협조합장을 하고, 공연히 드러내어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내가 세상에 와서 어떻게 살다가 가는지를, 그래야 내 존재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