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생각해 보니 나의 글쓰기는 첫 직장인 대전을지병원에 근무하면서였다. 충남 당진으로 무의촌 진료를 다녀온 후, 원보에 기고할 글을 쓰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썼다. 스물여섯, 참으로 젊고 발랄한 시기였다.
그 후, 글을 쓰면서 스스로 부족함을 알고 글공부를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서울시민대학 문창과에서 임동헌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내 글을 좋아해주셨고 격려와 용기도 주셨다. 때로는 매서운 회초리도 함께. 그렇게 선생님과 글공부를 하다 선생님은 무엇이 그리 급하셨는지 하늘나라로 가셨고 나는 다시 외톨이가 되었다. 선생님을 잃고 한동안은 글을 쓰지 못했다. 글 쓰는 것이 너무 두렵고 무서웠다.
그러다 나 역시 시한부 선고를 받았고 세상과 작별할 날만 기다릴 수 없어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냥 무엇이라도 남기고 싶었다. 우주에 작은 깃털이라도 남기고 싶어 글을 썼다. 외로운 싸움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싸움에서 이겼고 내 글도 세상으로 나왔다.
내 글은 깊이가 없다. 그냥 누가 읽어도 쉽게 이해되는 편하고 쉬운 글이다. 나는 그런 글을 쓰고 싶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딱히 사전을 찾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들로 글을 쓰고 싶다. 용상동 가톨릭농민회관에서 만난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을 존경하고 사랑하며 그분들처럼 향기 나는 글을 쓰고 싶다.
한 달 내내 자리에 누워
밤낮 노래를 들었다
며칠 뒤에는 고든박골 병실로 옮겨 햇빛 환한 침대에 누워
새소리 바람소리 벌레소리를 듣겠지
아, 내가 멀지 않아 돌아갈 내 본향
아버지 어머니가 기다리는 곳
내 어릴 적 동무들 자라나서 사귄 벗들
모두모두 기다리는 그곳
빛과 노래 가득한 그곳
어느새 반쯤은 그곳에 온 듯싶어
이제 나는 가네 빛을 보고 노래에 실려
― 이오덕 「빛과 노래」
먼저 하늘나라에 가 계신 임동헌 선생님과 내 삶의 지표, 농민운동가 권종대 선생님을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