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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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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동아시아 포스트자본주의 대안: 평가와 전망>

소련은 과연 사회주의였는가

1991년 소련이 붕괴하자, “자본주의의 역사적 승리” 또는 “자본주의 이외 대안 부재”(TINA)와 신자유주의 세계화 담론이 맹위를 떨치는 속에 “가짜 사회주의”든 “진정한 사회주의”든 반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마르크스주의의 이론과 실천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모두 역사적 오류이거나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간주돼 대중과 진보 진영의 선택지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TINA의 전성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1999년 시애틀 전투에서부터 회복되기 시작한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믿음은, 2001년 9?11 이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고조된 국제 반전운동과 함께 더욱 힘을 얻기 시작했으며,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이후 세계 대공황 정세 속에서, 2011년 튀니지와 이집트, 리비아의 민중 혁명, 그리스의 총파업, 런던의 폭동, 최근 월가의 점령 운동, 우리나라의 “안철수 바람” 등에서 보듯이, 세계적 규모에서 반체제 대중투쟁의 확산, 반자본주의 정서의 고양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소련 붕괴 20주년을 맞아 다시 출간하는 클리프의 이 책이 오늘날 세계 대공황 국면에서 분출하고 있는 반자본주의 대중투쟁과 결합해 야만적이고 자기파괴적인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서는 진정한 마르크스적 의미의 사회주의 대안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

MZ세대 문법으로 쓴 혁신적인 『자본론』 입문서 - 정성진[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부 연구석좌교수, 한국사회과학(SSK) 연구단장] 마르크스의 『자본론』 해설서 책들은 대동소이한 것들이 이미 많이 출간되어 있어서 마르크스주의 서적 독자층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나라로 알려진 일본에서도 5000부 이상 팔리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하지만 이 책은 『자본론』 입문서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출간된 지 1년 만에 15만 부를 돌파했다. 이는 저자의 전작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인신세의 자본론(人新世の「資本論」)』, 集英社, 2020)이 출간 이후 60만 부 이상 판매되어 저자가 인기 작가가 된 덕분도 있지만, 이 책의 특유한 매력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예컨대 「『자본론』과 빨간 잉크」라는 제목의 프롤로그에서부터 돋보이는 서술 형식의 참신함, 담백하며 스트레이트한 구어체 문장, 『자본론』의 주요 명제나 문구에 대한 해석 관련 논쟁(이는 『자본론』을 해설한 기존 책들에 거의 예외 없이 포함되어 있다)을 거두절미하고 곧바로 문제의 핵심으로 직진하는 저자 특유의 경쾌한 논리 전개, MZ세대(1987년생인 저자는 36세에 이 책을 출간했다)의 감수성으로만 가능한 사례 제시(예컨대 『모모』의 시간 은행, 학교급식 등) 등이 특히 젊은 층에 크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신박한 형식만큼 내용도 새롭다. 저자는 이 책을 “최근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자본론』을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제로에서’—다시 읽고, 마르크스사상을 21세기에 살릴 수 있는 길을 함께 고민”함으로써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사회를 상상할 수 있는 힘을 되찾기” 위해 썼다고 말한다(15쪽). 여기서 “제로에서”라는 말은 이 책이 『자본론』에 대한 사전 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들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다는 뜻뿐만 아니라 이 책이 기존의 『자본론』 해설서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각에서 『자본론』을 설명한다는 뜻도 포함한다. 『자본론』에 대한 기존의 해설서들이 대부분 『자본론』은 자본주의에 관한 책이라고 전제하는 것과 달리 이 책은 『자본론』이 자본주의 이후 사회, 즉 포스트자본주의사회에 관한 구상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전작 『인신세의 자본론』에서 만년(晩年)의 마르크스의 미출간 원고들의 엄밀한 독해를 통해 이 시기 마르크스의 포스트자본주의 구상을 탈성장 코뮤니즘(Degrowth Communism)으로 정식화한 바 있는데, 이 책에서는 이런 관점에서 중기(中期) 마르크스의 대표작인 『자본론』의 의의와 한계를 설명한다. 또 저자는 『자본론』에 관한 기존 책들이 대부분 『자본론』을 자본주의에 관한 학술적 연구 서적으로 읽는 것과 달리, 『자본론』을 “사회변혁을 지향한 ‘실천의 책’”(『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11쪽)이라고 본다. 저자는 1867년 『자본론』 출판 이후 『자본론』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쓰였고 또 현재도 쓰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주의 좌파가 여전히 소수로 주변화되어 있는 이유는 『자본론』에 대한 책들이 대개 『자본론』을 자본주의를 다룬 책으로만 읽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철학적이며 난해한 추상론으로 경도되어 마르크스를 현실에서 분리하여 상아탑에 가두어”(위의 책, 10쪽) 버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객관적 현실의 변화도 한몫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의 총체적 모순이 격화되면서 지난 세기말 옛 소련의 붕괴 이후 득세했던 TINA(‘There is no alternative!’, 자본주의 이외 대안 부재론)가 급격히 퇴조하고,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과 대안으로서 마르크스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부활하고 있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구글엔그램뷰어(Google Ngram Viewer)에서 검색해 보면 1800~2019년 내 매년 전 세계에서 영어로 출판된 책들 중 ‘마르크스주의(Marxism)’ 혹은 ‘사회주의(socialism)’라는 단어가 포함된 책들의 비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바닥을 치고, 이후 증가 추세로 분명하게 반전된다. 자본주의의 총체적 위기가 격화되고 이에 따라 자본주의 비판과 극복의 사상으로서 마르크스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관심이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마르크스주의와 사회주의, 『자본론』에 관한 책들은 대학도서관 서가나 중고 서점에서나 찾을 수 있는 구시대의 유물이기는커녕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 이 책의 성공은 이런 새로운 트렌드의 반영이면서 동시에 이를 더 가속하고 대중적으로 더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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