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건축가를 안다고 20세기의 도시와 건축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와 건축이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실 속에서 이상을 실현해야 하는 건축가들의 이야기는 지식인의 사명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예술은 외면할 수 있지만 건축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20세기 인류 문화유산을 만든 건축가들의 삶과 작품을 통해서 건축을 알고자 하는 지식인들과 건축을 지망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 이 책이 '작은 문'이 되기를 기대한다.
하나하나 만으로도 한 권의 책이 될 분량을 줄이다보니 소루한 부분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 짧은 글들을 통해 위대한 건축가들의 삶과 그들의 작품에 닿을 수 있게 된다면 큰일을 하는 셈이다. 학문적 평전이기보다 그들이 걸어온 인간의 길, 그들의 작품이 가진 의미에 대해서 평소 느끼고 생각하던 바를 가까운 사람들에게 말하듯 쓰고자 노력하였다.
...학문적이지는 못하나 작가가 쓴 작가에 대한 글로서 의미 없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글이 짐이 되어서는 우습다. 좋은 글은 여기서 저리로 건너가게 하는 다리 같은 것이다. 좋은 글은 알지 못하던 세계에 발을 딛게 하는 역할을 한다. 열두 건축가를 안다고 이 세상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의 도시와 건축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알게 될 것이다.
누구나 사람과 집에 대해 자기 나름의 생각을 하며 산다. 그림을 그리면 그 안에는 흔히 사람과 집이 등장한다. 어릴 적 기억은 대부분이 집에 대한 것이고 미래의 꿈도 집에 대한 것이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에나 집이 있다.
서로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서로 다른 집을 짓고 산다. 옛날의 집과 오늘의 집이 다르고, 서양의 집과 동양의 집이 다르다. 기독교도의 집과 이슬람교도의 집이 다르고, 독일 사람과 이탈리아 사람의 집이 다르다. 같은 유교 문명권, 한자 문명권이어도 중국과 한국과 일본의 집은 근본부터 다르다.
집을 아는 것은 사람을 아는 길이고 세상을 아는 일이다.
개정판을 내면서 지난 일드을 돌이켜보니 아쉬움보다 회한이 크다. 여의도 설계 당시 '걷는 도시'를 지향하고, 자유로운 자동차의 흐름을 시도한 인공토지안은 5.16광장이 들어서게 됨으로써 실종되었고, 대학도시를 제안한 관악산 서울대 마스터플랜과 새만금 바다도시안은 구상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 한강 마스터플랜을 계획하고 여의도 도시 설계를 하던 때가 40년 전이다. 앞으로 10년 더 일하여 21세기 이상 도시를 건설하고 싶다면, 욕심이 너무 많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