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부터 영화 보는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끝없이 질문을 해야 합니다. 왜 저렇게 표현했나? 감독은 무엇을 어떻게 말하려는 것일까? 내가 감독, 배우라면 어떻게 했을까?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꼭 그 얘기밖에 없나?
그 순간, 영화는 단순한 오락이나 시간 죽이기가 아닌 생각과 논리와 토론의 마당이 됩니다. 영화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마하고, 아이들의 생각과 의견도 물어보세요.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도 질문을 해야 합니다. 왜?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할까? 그러면 아이 역시 생각을 굴리며 영화를 보지요. 자신이 시나리오 작가, 감독, 배우가 돼 주제를 정하고, 구성을 개발하고, 인물을 발전시키지요.
그런 다음 대화를 나눠 보십시오. 분명 아이의 눈과 머리와 가슴이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 훨씬 많은 것들을 발견하고, 그 발견이 주는 재미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생각도 깊어지고, 이전 같으면 재미없어 하던 영화도 보게 될 것입니다. 영화가 단순한 오락이 아닌 삶의 거울, 세상을 보는 창, 생각의 마당, 상상과 논리의 재료로 바뀌는 순간이지요.
영화를 보고,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다만 그것들을 다양한 자기 시각과 언어, 다른 문화 예술과 연결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영화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세상과 문화와 역사를 만나고 이해하게 되는 게 아닐까요. 그러고 보면 결국 영화는 나만의 가치나 생각이 아닌 타이늬 존재를 받아들이는 창(窓)이기도 합니다. 단편적이나마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함께 영화기사를 쓰는 후배 박은주가 어느날 내게 불쑥 이렇게 말했다. "형(한국일보에서는 선배를 형으로 부른다)은 영화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맞는 말이다. 사랑이란 맹목적이다. 그 대상에 빠져들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기자일 뿐이다. 기자는 자신의 지식이나 감정을 자랑해서는 안 된다. 사회 속에서 영화를 보고, 분석하고 평가한다. 영화를 통해 세상을 읽으려 했고, 지금도 세상 속에서 영화를 본다. 영상시대에 영화기자를 한다는 것은 분명 행복하다. 그러나 기자로서 영화에 관한 글을 쓴다는 것은 괴롭다. 정말 자랑만 하고 싶은 한국 영화, 영화인들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한국영화의 현실이 아니기에 나는 참지 못하고 투덜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