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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문학일반

이름:오양진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9년, 대한민국 인천

최근작
2023년 12월 <문학의 이유>

문학의 이유

조지 손더스의 ‘똥 무더기 언덕’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미국의 소설가 조지 손더스는 작가 지망생이었을 때, 아니 이미 작가로 이름을 얻은 이후에도, ‘헤밍웨이라는 높은 산’을 등산하며 열등감으로 괴로워한다. 그리고 거기서는 모방의 시종일 뿐 결코 자기 자신이 될 수 없다는 깨달음과 함께 그 산을 비틀거리며 내려오다 어떤 ‘똥 무더기 언덕’과 마주친다. ‘손더스 산’이라는 이름이 붙은 그 작은 똥 무더기를 바라보며 조지 손더스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거 너무 작은데. 게다가 이건 똥 무더기 언덕이야.’ 그렇기는 하지만, 거기에는 내 이름이 있었다. 이것은 어떤 예술가에게나 중대한 순간(승리와 실망이 결합된 순간), 만드는 과정에서 스스로 통제하지 못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고 마음에 든다고 완전히 자신할 수도 없는 예술 작품을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다. 이것은 작다. 우리가 원했던 크기보다 작다. 하지만 그 이상이기도 하다. 대가들의 작품과 비교하여 판단하면 작고 약간 한심하지만, 그래도 있는 건 분명하고, 다 우리 거다. 내 생각으로는 그 지점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수줍게 그러나 대담하게 똥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언덕 위에 올라서서 그게 커지길 바라는 것이다. 이미 미심쩍은 이 은유를 더 끌고 가자면 그 똥 언덕을 커지게 하는 것은 우리가 거기에 퍼붓는 노력이다.(조지 손더스,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정영목 역, 어크로스, 2023, pp.175-176.) 자학을 자부로 전환하는 조지 손더스의 은유에 기대 내 비평적 재질이 가진 볼품없음과 평범함을 변명하려는 것이 아니다. 손더스의 ‘똥 무더기 언덕’에 빗대 나의 ‘똥 더미’를 조지 손더스급으로 격상시키려는 볼썽사나운 책략을 숨기고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나는 다만 자학이 자부가 되는 그 마법적 전환의 순간이 보편적인 인간 심리와 관련된다는 점에 주목할 뿐이다. 아울러 탁월성에 미치지 못한 채로 낮은 수준의 작업을 계속하는 것은 그저 허영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을 떠올리고 싶다. 사실 누군가는 허영을 만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미 찾기를 위해서 보잘것없는 작업일지라도 그 실행에 절실하다. 나의 네 번째 ‘똥 더미’를 내놓는다. 이 ‘똥 더미’를 커지게 하는 것은 “우리가 거기에 퍼붓는 노력이다”라는 조지 손더스의 말에 용기를 얻어, 또 내 ‘똥 더미’가 조지 손더스의 ‘똥 무더기 언덕’에 가까운 무언가가 되길 간절히 바라며. - 책머리에

성격과 모더니티

원텍스트에 대한 구성주의적 접근이 판을 치는 탓에 작가가 창조한 세상에 탐닉하며 세심하고 열정적으로 의미를 길어 올리려는 욕망이 힘을 잃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요즘 각 대학의 문학 전공자들과 수강자들은 문학이 아니라 온통 생활의 역사라 칭할 만한 내용만을 주고받는다. 문학을 자료로만 이용하는 ‘문화 연구’는 우리로 하여금 섬세함의 정신을 상실하게 만드는 것만은 아니다. 차별을 차이로 인식하는 ‘문화 연구’의 흐름은 모든 종류의 텍스트를 담론적 순환 과정의 일부로 간주하는 소위 문화 비평의 메타 게임을 장려하면서 지적 쾌락주의나 허무주의에 빠져들게 한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문학적 인간상과 사회적 현실의 복잡한 관련성에 주목하고자 하는 일종의 소설사회학적 접근이 되고 있는 이 책은 절충적 시도로 비칠지 모른다. 실제로 이 책은 원텍스트를 존중하며 문학 텍스트의 의미와 뉘앙스에 섬세하게 다가가고자 하는 본질주의를 따라가면서도, 원텍스트의 지위를 파라텍스트로 하강시키며 문학 그 자체보다 문학이 놓인 역사적 현실에 대한 이해를 중시하는 구성주의를 참고한다. 그러나 이 책은 시류를 곁눈질하는 기회주의적 우물쭈물이라기보다는 뉘앙스와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보수적 우물쭈물에 더 가깝다. 대세가 바뀌기야 하겠는가마는, 우리가 무언가를 획득하는 순간에 잃어버리는 것이 있다는, 어쩌면 그것이 획득한 것으로는 절대 대체할 수 없는 진정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들 동의해 주리라 믿는다.

중심의 옹호

여기에 실린 글을 통해서 초월성에 대한 감각과 중심에 대한 사유를 상실하는 일이 한 사회의 문화적 상황을 어떻게 황폐화시키는지를 누군가 알아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 보잘것 없는 평론집은 그 소임을 다했다고 할 것이다. 모두가 변화를 향해 몰려가는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의 소중함과 가치를 아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작지만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머리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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