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의사가 되어 돌아왔다는 여인. 조선 최초의 여의사라는 소개에 ‘신여성’의 삶을 살았겠거니, 짐작했다.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환자를 치료하던 그녀는 서른세 살의 나이에 하나님 품에 안겼다…….”
잠시 후 들려온 내레이션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한참 만에 몸을 곧추세우고 앉았는데 자꾸만 목울대가 뜨거워졌다.
발달장애가 있는 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기다리는 것이라는 걸 시간이 지나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쓰는 시간은 기다림에 익숙해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선희의 세계를 공감하기까지, 흔들리고 가라앉는 선우의 마음에 다가가기까지….
어느새 선우네 가족이 내 마음 깊이 들어왔다. 선우네 가족이 조금 더 편안하게 외식도 하고 마트도 갔으면 좋겠다. 선희를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은 따뜻함으로, 놀란 시선은 이해로 바뀌어 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조금씩 변해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