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주인공 시덕이는 잘생긴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나름대로 멋은 부리죠. 키도 크지 않아요. 공부? 공부는 뭐, 대충대충이지요. 하지만 열심히는 한다고 주장해요. 성격이 좋냐 하면 그것도 아니에요. 어떤 땐 까칠하고, 어떤 때는 변덕이 죽 끓듯하고, 어떤 때는 아주 차분하기도 하고요. 한마디로 종잡을 수가 없어요. 딱 여러분처럼요. 아마 여러분 속에 콕 박혀 있으면 시덕이를 찾아내기가 어려울지도 몰라요.
시덕이는 나중에 커서 어떤 어른이 될까요? 앞장서서 사람들을 이끄는 지도자 따위는 못 될지도 몰라요. 여기저기 이름이 오르내리는 유명한 사람은 못 될지도 모르지요. 그렇지만 저는 확실히 믿어요. 남한테 민폐 안 끼치고, 세금 따박따박 내고, 자기 가족 잘 보살피고, 마음속에 정의감도 조금 품은 '그럭저럭 괜찮은' 어른이 될 거라고요. 만약 할머니가 그때까지 살아 있다면 할머니가 마음 편히 지내도록 보살펴 드릴 거고요. 멀리 있는 아빠한테 큰소리쳤던 대로 약속을 지켜 내리라 믿고 있지요.
그런 어른으로 자라날 모든 시덕이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썼답니다.
오래전, 신문을 뒤적이는데 짤막한 기사 하나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다른 나라 이야기인데요. 일흔이 넘은 아들이 어머니를 낡은 자전거에 태우고 이곳저곳 여행을 했다는 내용이었지요. 그 기사를 오려 두고 가끔씩 읽어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상상을 했지요. 아들과 어머니는 어디를 갔을까, 무엇을 보았을까,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을까 하고요. 상상을 하는 동안 <엄마하고 나하고>란 이야기가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왔습니다.
배경을 우리나라로 정하고, 실제 주인공들의 행적과는 상관없이 나름대로 줄거리를 만들어 갔습니다. 이야기 속 할머니의 모습은 여든을 넘기신 저의 어머니를 보며 상상했지요. 어머니의 말투와 행동, 변해 가는 모습 들을 지켜보며 모처럼 어머니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 속의 할머니는 여행을 마치고 나서 돌아가십니다. 하지만 남은 아들이든 떠나신 할머니든 여행의 기억이 있어 한결 위로가 되지 않을까요? 헤어짐은 슬프지만, 더 슬픈 것은 헤어지고 나서 돌이켜 볼 추억이 없는 거랍니다. <엄마하고 나하고>에는 이별 뒤에도 아들과 어머니를 이어 주는 따듯한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아이와 엄마, 할머니가 다 함께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혹시나 엄마와 헤어져 살거나 엄마가 계시지 않는 독자라도 엄마와 함께했던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며 잠깐이라도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