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나서
작업의 시작은 아림 작가의 일러스트 한 장에서부터였습니다. 그 일러스트를 본 후 문득 이야기 한 편이 떠올랐고 그것을 글로 남겼습니다. 그 이야기가 「꿈에 찾아와 줘」 입니다.
그림에는 한 여성이 테이블 위에 엎드려 있습니다. 주인공이 있는 공간이 비교적 아늑한 카페였기 때문에 (공간이 카페였다는 것은 저의 착각이었습니다만, 아 림 작가님은 그 착각이 재미있다고 생각해 그냥 놔두었다고 합니다.) 로맨틱하거나 편안한 이야기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의 찡그린 표정이 신경이 쓰였습니다. 꿈속에서 누군가를 만났지만 마냥 좋아할 수 없으며, 꿈에서 깨어나도 결코 편하지만은 않은 상황이 있을 거라 상상했습니다. 꿈에서 만난 사람은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사람일 것 같았고, 그 상황에 장르적 상상을 더했습니다. 물론 이 픽션에서는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핵심 단어인 ‘좀비’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편이 독자들에게 더 풍부한 독서 경험을 줄 수 있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꿈에 찾아와 줘』, 〈일러스트 마이크로 픽션〉의 작업을 통해 일러스트와 마이크로 픽션의 형식이 결합되었을 때, 짧은 이야기로도 깊이 있는 내용이 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작업을 하면서 이야기를 압축해 전달하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꿈에 찾아와 줘』, 〈일러스트 마이크로 픽션〉이 흥미롭게 읽혔다면 그 이유는 일러스트 때문이라고 생각합니 다. 이 픽션들은 모두 일러스트가 촉발시킨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꿈에 찾아와 줘』, 〈일러스트 마이크로 픽션>을 재미있게 즐겨 주신 분들이 두 가지 형식의 결합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 줄 것을 확신합니다.
마이크로 픽션을 쓰며 저 스스로 무척 즐거운 경험을 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분들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소설에는 현실의 쓰라림과 환상의 기대감이 뒤섞인다. 이 뒤섞인 것을 펼쳐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이 작가이다. 이때 구성되는 것은 소설이기도 하고 작가 자신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를 감히 소설집으로 내놓을 수 있을지 고민스러웠으나 용기를 냈다. 소설집의 제목을 짓기 위해 고심하다 《덤덤덤 스토어》로 지었다. 나는 이 이야기들을 모아 파는 가상의 공간을 생각했다. 그곳은 사람이 별로 가지 않는, 인적 없는 곳일 것 같다. 이 이야기를 파는 존재는 완전하지 않은, 그래서 환상을 쫓는 어떤 존재일 것이다. 예를 들면 유니콘이 되고 싶은 말 같은 존재 말이다. 그곳에서 이야기를 팔기 위해 기다리는 이 존재는 오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다.
이 소설이 순간의 기쁨이나 스쳐지나가는 무언가를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일상을 유지하는 기둥이 되진 못하더라도 그 속에서 유발되는 덤, 추가적인 어떤 감정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세상에서 자주 일어나지 않는, 특별한 교환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