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이러다 우리 다 죽겠다. 혼자 고시 붙고 대기업 간다고 해서 그렇다고 혼자 살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이러다 우리 다 죽겠다. 우리 다 죽기 전에. 같이 놀고 같이 화내고 같이 가자. 그대로 가자. 어디든 가자. 화내러 가고 따지러 가고 살려내라고 하러 가자. 그러니 주저앉지 마라. 동지들이여. 386이 꿰차고 실컷 향유했던 대의명분도 없이 등록금과 취직시험 때문에 우는, 구차한 피눈물의 형제자매들이여, 단 하루를 살아도 사는 듯이 살자.
사실 여성들의 숨겨진 삶, 그들이 차마 말하지 않는 삶에는 그런 일들이 가득 차 있다. 세상에 그런 일이 어디 있어, 요즘 누가 그렇게 살아, 설마 그런 일이 있으려고, 말하지만 실제로 설마 ‘그런 일’들이 어떤 여성들의 삶에는 억지로 닫은 서랍 속에서 금방이라도 삐져나오려고 하는 잡동사니처럼 가득 차 있다.
내가 쓰고 싶었던 것은 그 어두운 서랍 속의 이야기다. 캄캄하고 꽉 차서 내가 너인지 네가 나인지, 이게 내 것인지 네 것인지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온 힘을 다해 밀어서 간신히 닫아놓은 서랍. 마음속에 꽉 찬 서랍을 지닌 여러분.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사랑에 빠지기도 했지만 아주 깊이 상심하느라 담즙처럼 쓴 시간을 보냈다. 내가 사랑했고 나를 사랑했던 이들이 불시에 재가 되었다. 그 조각을 손가락으로 더듬어보면서, 제발 내가 죽거나 미치기를 바랐으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 영혼을 되찾기엔 아직 길이 먼 모양이다. 그러면서 마구 함부로 해왔던 내 육신이 이제는 나를 용서하기를. 그리고 당신의 육체에도 부디 축복이 있기를. 사랑에 빠지고 또 상심하시길, 우리가 끝내 어딘가에 닿을 때까지. 또 그 여정 동안 당신의 육체가 영혼을 지탱해줄 만큼 튼튼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