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 에어 신형이 출시되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이야기이다. 컴퓨터에 관하여 아는 것은 별로 없지만 매끈한 디자인과 편리성(이라 쓰고 과시욕이라 읽는다) 때문에 맥북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종종 노트북을 들고 카페를 전전하는 나이기에 더욱 얇아졌다는 말은 좀처럼 뿌리치기 힘든 유혹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신형 맥북 에어를 사지 않았다. 이 글을 타이핑했고,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노트북은 구형 맥북이다. 내가 신형 맥북 에어를 사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돈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 책의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고장 나지도 않았고 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비교할 존스네도 없는데 뭐하러 의식의 지배자에게 넘어가서 내 주머니를 가볍게 만들겠는가.
사고 또 사도 늘 입을 옷이 없다고 여겨졌던 옷장도 정리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옷장처럼 옷가게를 차려도 될 정도의 옷장은 결코 아니지만 내게도 몇 년간 꺼내지도 않은 옷, 살을 빼면 입겠다며 걸어둔 옷이 적잖이 있었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하루를 온전히 옷장을 정리하는 데 썼다.
책 속에 등장했던 매리앤 캔트웰처럼 콩나물시루 같은 전철에서 시달리고, 클리프 호지스처럼 하루 종일 이 회의, 저 회의에 참석하고 야근에 시달리면서 자신의 꿈과 멀어진 삶을 사는 직장인들. 국적은 다르지만 우리나라 직장인들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그들처럼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창업을 하거나 세계 곳곳을 돌아다닐 수는 없겠지만 삶의 우선순위를 바꿀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더욱 높은 내재적 동기에 따라 체험을 선택하고 인생을 선택하자.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에 올릴 사진 따위는 잊고 그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자! 호주의 토끼 떼처럼 쇼핑몰로 몰려가지 말고 내게 이야깃거리를 줄 수 있는 장소를 방문하자!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정수를 한마디로 압축한 듯한 명언이 있어 소개하고 마치려 한다.
“위대한 사람이라서 뭔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함으로써 위대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아놀드 글래소
─ <옮긴이의 글> 중에서
기존의 시간관리는 효율을 높이는 것, 즉 해야 할 일의 속도를 높이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긴급성과 중요성을 기반으로 과업에 등급을 매겨서 먼저 할 일을 정하는 방법을 접하고 나면, 시간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한편 일의 효율을 높이거나 과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시간을 더욱 많이 벌어주지는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로리 베이든은 새로운 시간관리 개념을 제안한다. 베이든의 전략에서 3차원에 해당하는 ‘의미성’이다. 다시 말해서 내가 내린 결정이 나에게 얼마나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를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베이든의 메시지는 명료하다.
내일 더욱 많은 시간을 만들어줄 일에 오늘 시간을 쓰라.
변명 중에서도 가장 어리석고 못난 변명은 “시간이 없어서”라는 변명이라고 한다. 바쁜 것이 마치 삶의 지향점이라도 되는 듯 우리는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이제 더 이상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지는 말자. 아니 항상 시간이 모자란다고 불평하면서 마치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처럼 행동해 왔던 자신을 돌아보고, ‘의미성’높은 일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