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데우스 너머 호모 호모를 펴내면서…
사무엘 베게트(1906~1989)의 『고도를 기다리며』와 저자의 『카오스와 문명』(1994)를 쓰고 3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은 기다리던 고도(God)가 아니고, 불청객 코로나(Corona)다. ‘코로나19’와 함께 가장 조롱 받는 대상이 종교이고 신인 것 같다. 전지전능한 신이 어디 있느냐는 조롱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이 와중에 유발 하라리는 고도는 ‘호모 데우스’란 이름으로 곧 올 것이라고 예단하고 있다. 4차 산업의 총아들과 함께 기술 인본주의는 인간이 신이 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을 재촉한다. 하라리도 베케트를 의식하고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저자는 하라리에 대하여 ‘호모 데우스 너머 호모 호모’가 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라리는 현재 사피엔스가 격상(upgrade)돼 신인(神人)이 될 것이라 하지만, 필자는 그와는 반대로 격하(downgrade)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생 인류는 좌우 뇌의 균형이 파손되었고, 상하 삼층 뇌 구조 가운에 최상층의 신피질이 아래 두 층과 비교해 과대하게 비대해진 데에 사피엔스의 문제가 있다고 본다. 신피질이 아래 두 층, 즉 파충류층과 포유류층과 균형 ?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조화된 인간을 ‘호모 호모’라고 한다.
또 현대 과학의 3대 혁명으로 상대성이론, 불확정성이론 그리고 카오스이론이 손꼽힌다. 그중 카오스이론은 20세기 말을 장식할 가장 큰 과학혁명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토마스 쿤은 과학의 이론적 틀(paradigm)이 바뀌는 것을 과학혁명(scientific revolution)이라고 했으며, 과학혁명은 곧 다른 분야에도 틀의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고 하였다. 이 책은 바로 현대 과학의 카오스이론이 인류 문명사를 보는 틀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 수 있는가를 살펴보기 위해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