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나라에서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들에게 놀라운 힘이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붕 끝에서 맴을 돌던 나팔꽃도 그들과 다르지 않은 용기와 다짐을 가지고 달을 향했을 것입니다.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나팔꽃의 다짐은 아마도 100만 번을 넘었을지도 모릅니다. 달을 향해 가며 여러 풍경과 마주하는데 그것은 나팔꽃이 떠나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들입니다. 책에는 나팔꽃이 달까지 가는 긴 여정 중에 부딪쳤을 사건들이 구체적인 이미지로 보여주지 않았지만 분명 쉽지 않았을 거라고 추측이 됩니다.
이 이야기는 씨앗 하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작은 씨앗 속에 얼마나 많은 가능성이 있는지는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씨앗이 발아가 되어 자라면 마치 우주가 팽창하듯이 또 수많은 씨앗을 만들어 냅니다.
마음 속 작은 이야기씨가 발아되어 나팔꽃이 달에 가는 이야기로 만들어졌습니다. 나팔꽃 이야기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꽃을 피워, 누군가의 씨앗으로 이어지길 꿈꿔봅니다.
이 책의 글을 만나기 전에는 반딧불이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 이 작은 곤충의 한살이를 따라가면서 경이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반딧불이는 불꽃 신호를 통해 허락을 구하고 응하는 구애의 대화를 합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별 같기도 하고, 보석 같기도 합니다. 반딧불이의 고요한 사랑 신호를 오래오래 볼 수 있는 환경이 지속되길 바랍니다.
이 지면에 담긴 내용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관찰일기 같은 것입니다. 시작은 특별하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 일상을 기록하면서 그 흔적들을 보니 지나온 시간들이 특별해졌습니다. 똑같아 보였던 나날들이었지만, 되돌아보니 단 하루도 같은 날은 없었습니다.
저는 드로잉을 움직이지 않는 동영상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왜냐하면 드로잉에는 사진처럼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동영상처럼 점에서 시작해서 점으로 끝나는 얼마간의 시간이 오롯이 그 안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예측할 수 없는 지면을 향해 선을 그어가고, 선이 멈추었을 때에야 비로소 그 기록의 시간들을 되돌려 볼 수 있었습니다.
제 주변을 관찰하면서 제 삶이 풍요로웠음을 느낄 수 있었고,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공감의 폭도 더 넓어졌습니다.
일상을 관찰하는 일은 익숙한 것들을 새롭게 응시하게 해 주고, 매일 똑같은 날이 반복되는 것 같아도 사실은 “매순간이 처음이고 새롭다”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앞으로도 일상의 틈을 놓치지 않고 살피고 기록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