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한참 번역하고 있던 작년 하반기에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었다.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소위 기관투자가들도 크게 당황했던 것이 사실이다. 역자도 도저히 그 중압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포트폴리오 일부를 현금화하는 우를 범했다. 가치투자를 표방하긴 했지만 실제로는 가치투자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이 책은 역자처럼 어중간한 가치투자자가 철저하게 가치투자를 하기로 결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한 종목 한 종목을 내가 완전히 납득이 갈 때까지 철저히 조사분석 하고, 일단 내린 결론에 대해서는 내가 시장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긍지를 가지고 어지간한 거시경제 지표와 주식시장의 단기적인 등락에는 흔들리지 않을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벤저민 그레이엄에서부터 시작하여 워렌 버핏으로 이어지는 가치투자자들의 철학으로 제대로 무장하면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역자는 가치투자에 관한 몇 가지 오해의 소지를 깨끗이 해소하게 되었고, 맹목적으로 포트폴리오 종목 수를 어느 정도 유지해야 위험을 분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어리석은 생각도 불식하게 되었다. 또 소위 기관투자가 내지는 대형 펀드의 매니저보다도 가치투자를 철저히 이행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사실은 더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공감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누차 강조하고 있지만 가치투자라는 것이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고 다만 실천하기가 어려울 뿐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이 책을 끝까지 읽은 독자는 역자의 말에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만약 공감이 가지 않으면 공감이 갈 때까지 반복해서 읽어 볼 것을 권한다. 그런데 한 가지 꼭 극복해야 할 것은 공시된 재무제표를 읽어서 기업을 분석하는 과정은 공도 많이 들여야겠지만 인내력도 꽤 필요하다는 점이고 이것은 오직 투자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가치투자의 핵심은 역시 가치보다 싼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다. 가치투자라고 생각하고 투자했는데 성공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가치평가에 오류가 있는 경우이거나 아니면 그 가치가 아직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경우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 책으로 인해 주식투자가 즐겁고 장기적으로 물질적인 풍요를 가져다주기를 기원한다. 처음으로 가치투자를 시작하는 투자자뿐만 아니라 어정쩡한 가치투자를 하던 투자경력이 꽤 오래된 투자자들에게도 다시 한번 가치투자의 위력을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