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먼저 하지 않으면 아무도 끝내 하려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고, 이렇게 내가 시작해 놓으면 강호의 무림들께서 서서히 자신의 깊은 내공을 드러내 보이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우리의 수업 논의가 풍성해지고, 마침내 살아있는 역사 수업으로 가는 길도 열리지 않을까 싶어 저질러 보자고 마음먹게 되었다.
학생들이 국사책 표지에 있는 '국사'라는 글자를 '묵자'로 고치곤 했는데, 요즘은 '묵사발'로 쓴 녀석도 나타났다. 오죽하면 그렇게 썼을까. 이 대목에서 국사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더 이상은 '묵사발'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것을 뼈아프게 느꼈다. 지금부터라도 재미있으면서 의미도 느낄 수 있는 수업을 해야겠다. 영양 많고(의미) 맛깔스런(재미) 음식을 보면 군침이 돌고 맛있게 먹으니 피가 되고 살이 되지 않던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방법을 하나씩 생각해 보았다.
우선 친절하게 말하자. 까다로운 역사 용어나 고리타분한 표현을 벗어 던지고 학생의 눈 높이에 맞게 내용을 고르고, 알기 쉬운 말투로 진행하자는 것이었다. 국사 시간을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듣는 시간으로 만들자. 그 이야기가 살아서 꿈틀대고, 눈물나게 고민스럽고, 어제 봐도 새로운 느낌으로 가득 차게 하자. 그로부터 학생들이 나름대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 막연했던 느낌을 또렷한 자기 생각을 가꾸어 나갈 수 있게 질문을 던지자. 소설같이, 어쩌면 수필처럼 쓰고 사진과 노래도 곁들여 다양하게 우리 역사를 디자인 해보자.
학생들의 잠을 깨우기 위한 노력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차츰 자신이 붙은 필자는 학생들을 역사의 세계로 초대하겠다는 욕심을 내게 되었다. 싫증나는 교과서에 갇혀서, 지루한 수업에 지쳐서, 흔해 빠진 게 역사 이야기라는 시큰둥한 생각에 빠져서 놓쳐 버린 우리 역사의 세계로 학생들을 초대해서 한바탕 잔치를 열고 싶었다. 일단 여기까지 오면 아마도 역사의 바다에 빠져서 즐겁게 허우적거릴 것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컴퓨터보다 더 멋진 세상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런 생각으로 수업 내용을 정리한 것인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어줍잖은 글 솜씨로 감히 학생들에게 우리 역사를 소개할 수 있겠나 싶어 많이 망설였다. 하지만 서점에 역사책은 많지만, 정작, 중, 고등학생 수준에서 마음 편히 읽을 책이 별로 없다는 데서 필요성을 느꼈다. 10년 넘게 학생들과 씨름하면서 갈고 닦은 것을 수업 시간에 푸근하게 설명하듯이 책으로 내보자. 그래서 학생들이 조금이나마 우리 역사에 관심을 더 갖는다면, 우리 모두가 더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