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게 바치는 시를 쓰고 싶은 밤이다. 비어 있는 듯하나 가득한 허공을 위하여. 허공의 공허와 허공의 아우성과 허공의 피흘림과 허공의 광기와 허공의 침묵을 위하여…… 그리하여 언젠가 내가 들어가 쉴 최소한의 공간이나마 허락받기 위하여…… 소멸에 대해 생각해보는 밤이다. 소멸 이후에 대해, 그 이후의 이후에 대해…… 구름이란 것, 허공이 내지른 한숨…… 그 한숨에 내 한숨을 보태는 밤이다.
2012년 1월 16일 밤 10시 25분 - 시인의 말을 대신하며
나를 너무 파먹었다,
성한 곳이 없다,
고름밖에 나온 것이 없다,
더는 괴로워 안 되겠다,
무참한 가운데
물컹한 것을 혓바닥에 올려놓고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고 있는 순간이다,
물방울인지 수은방울인지 혹은 내 살점인지
나도 모르겠다, 감각을 잃었다
이제는 신발을 바꿔 신어야겠다,
어디로 갈 것인지는 나도 모른다,
우선 아무 곳으로나 걸어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