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몸을 만져보았다.
거울 앞에서
아, 에, 이, 오, 우
입속까지 확인했다.
작은 벌레가 되려고
더 조금씩 먹었다.
더 큰 벌레가 되려고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수많은 다리를 가진 그레고리 잠자가
어둠보다 검은 눈으로 보고 있다.
그의 몸속이었다.
2021년 11월
이현복
살아가는 일이 순하지 않을 때
엄마 등에 업힌 아가들의 눈빛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
오래전 덜컹거리는 기차에서 흔들리는 버스에서 온몸을
오므리고 아가에게 젖을 물리던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우는 아기를 업어 달래며 시장 가고 밥 짓고
빨래하고 밭일하던 엄마들은 보기 어렵다.
엄마 등에 업혀 콩닥콩닥 엄마 심장 소리 들으며
두리번거리며 세상 구경하던 아가들도 만나기 힘들다.
웃음이 메말라가고 거리는 쓸쓸하고 외로워도
시멘트 바닥 깨진 틈이거나 쓰레기 더미에도
흙은 새싹을 내밀어 풀꽃을 피우고 새는 날아다녔다.
나는 가끔 산골 맑은 도랑물을 찾아가 손을 담근다.
아가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아가의 눈으로 나를 보려고 동시를 쓴다.
어른과 아이들이 읽는 동시라는 이름을 빌려
성근 글을 묶는다.
시지프스의 돌이
또 한 번 굴러 내린다.
2024년 늦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