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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해외저자 > 에세이
해외저자 > 어린이/유아

이름:사노 요코 (佐野洋子)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일본

출생:1938년, 중국 베이징

사망:2010년

최근작
2024년 11월 <시즈코 상 :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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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동생이었을 때

나와 오빠는 그 누구보다도 마음이 잘 맞는 친구였어요. 나는 나와 오빠를 분리하는 일이 불가능했는지도 몰라요. 엄마 아빠가 돌아가시면 어쩌지 하는 공포로 잠 못 이룬 적은 있지만, 오빠가 죽을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어요. 언젠가 우리가 어른이 되어서 죽을지라도, 어른이 된다는 건 생각할 필요가 없는 먼 훗날 이야기인 까닭에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지요. 그런데 오빠가 세상을 떠났어요. 나는 점점 죽어 가는 오빠를 지켜봤어요. 오빠와 함께한 나의 유년 시절, 그 시절 추억을 나눌 오빠가 세상에 없어요. 그래서 나의 어린 오빠는 언제까지나 어린 채로 내 안에 살아 있어요. 나는 한 번 더 오빠와 놀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는지도 몰라요. 어린 나와 오빠와 함께 놀아 줘서 정말 고마워요.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한때, 나는 어느 거리에 혼자서만 살았던 일이 있습니다. 처음 그 거리에 도착했던 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였습니다. 눈이 내리고 있었지요. 내가 탔던 자동차 앞을 하얀 여우가 가로질러 갔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반짝 빛나는 마당 뒤쪽에는 숲이 거무칙칙하게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긴 여행으로 지쳐 눈도 뜨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도, 잘 볼 수 없을 만큼 졸렸는데도, 그 눈이 내리는 낯선 거리는, 내 기억 속에, 아주 아름답게 남아 있습니다. 다음 날부터는, 이제 졸리지 않은 눈을 뜨고, 그 거리에 살게 되었습니다. 참 많은 할머니들이 있는 마을이었어요. 내 하숙집 할머니는 70살 난 활기차고, 가끔은 발랄한 심술을 부리는 매력적인 사람이라, 나하고 아주 친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할머니의 친구들은 대개 전부 할머니였지요. 찾아오는 친구들 모두 할머니였습니다. 편지도 왔습니다. 벌써 20년이나 만나지 못했네 하는 친구도 할머니였어요. 부엌 창에서 뒷마당을 통해 건너편 집의 창이 보였습니다. 할머니는 날마다 같은 창 쪽에 있는 의자에 앉아 바깥을 보고 있었습니다.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흰 옷깃에 검은 옷이 어제와 같았습니다. 나는 날마다, 할머니가 언제 움직일까 생각하며 증기 난방 장치 위에 앉아서, 모양이 얼마나 바뀌는지 보고 있었습니다. 내게 그 할머니는 액자에 들어 있는 그림과 같은 모양이 되었습니다. 거리에 가면, 버스 정거장에는, 할머니가 줄 서 있습니다. 가끔은 머리가 큰 남자가 있거나, 쌍둥이 아이들이 있거나 했습니다만, 머리가 큰 남자가 없더라도 할머니가 없는 일은 없었지요. 커피집에 가면, 다닥다닥 꽃을 단 모자가 꽃밭처럼 늘어서 있고, 그것 모두 할머니들이 차를 마시고 있는 거였습니다. 공원 벤치에서 할머니들 사이에 끼어 햇볕을 쬐는 일도 있었습니다. 길을 걷고 있으면, 건너편에서 온 모르는 할머니가 갑자기 악수를 청하는 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대부분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눈 내리는 아름다운 거리의 많고 많은 할머니들에게, 이 그림책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건 어린이 그림책이잖아요? 하지만, 할머니는 가장 많이 어린이의 마음을 지니고 있는걸요.

할머니 그 날 그 소리예요

나는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라는 게 뼈저리게 아프도록 기쁘다. 사람의 삶은 사사로운 것이다. 그 사사로운 것 안에서밖에 행복은 없다. 천재는 이루어낸 업적에 대단히 만족할 거라고 평범한 사람은 생각한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의 상상력으로 천재의 고독을 헤아린다. 이것은 평범한 사람의 자부심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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