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주 오래전, 그 밤의 숲을 들락거리곤 했다. 밤낮없이 걷지 않고는 차마 견딜 수 없던 시절이었다. 잃어버린 한 줄 문장을 찾기 위해서였을까. 통제되지 않는 어떤 힘이 밤의 숲으로 이끌었을까. 까마득히 시간이 흘렀으나 그 힘이 무언지 여전히 알 수 없다. 걷고 또 걸으며 검은 정적을 헤치던 시절, 무엇을 깨닫고 뉘우쳤을까. 이 책은 그 시절 새겨둔 몇몇 기억의 일부에 가깝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간 탓에 그것 모두가 온전하게 복원되었는가는 나로서도 의구심이 가득하다. 그렇기에 애석하기는 해도 지금 와 밤의 숲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다시 고요해지는 것이다. 잃지 말아야 할 것을 다시 잃어서는 안 되리라 다짐하는 것이다.
바람이 드세건 잠잠하건 당신께 드리는 청은 경건했다. 거두건 외면하건 당신과 함께한 일상이 이어져 이 기록으로 남았다. 그렇듯 당신이 내 일과에 수시로 깃들였음을 의심치 않으나 이것이 사람의 기록이어서 옳고 그름을 떠나 정직성과 치밀성을 장담하긴 어렵겠다. 더러는 당신의 뜻이 누락되거나 진위가 함부로 왜곡됐으리라. 경솔과 아둔함이 덧보태져 당신께 누가 됐으리라. 과오를 되돌리긴 이미 글렀으나 그렇다고 달라지랴, 이후로도 당신께의 경배는 저녁마다 숙연하게 이어질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