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요즘 경제학 수업에 들어가면 학생들이 예전보다 진지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놀란다. 질문도 많이 한다.
경제가 요동쳐 학생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가가 치솟아 생활비를 위협하고, 물가를 잡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려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지난 10년이 ‘디지털 대전환’이란 말로 대변되는 기술의 시대였다면, 이제 물가와 환율 같은 거시경제가 중요해지는 경제의 시대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학생들이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두 번째 이유는 주식투자를 비롯한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주는 월급만으로는 도저히 집을 살 수 없고 생활비도 부족한 젊은 층이 대거 주식투자에 나섰다. 그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주식에서 경제 전반으로 넓어지기 마련이다.
주식투자자들은 성공 투자를 위해 유튜브를 보고 책을 사고 신문을 보며 공부하지만, 그 상부 체계라 할 경제학의 기본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주식투자한다고 주식만, 코인 투자한다고 코인만 공부하는 것은 축구에서 기본기를 익히지 않고 슛 연습만 하는 격이다.
현대사회의 핵심 운영 시스템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이고, 현대 경제학은 이를 설명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시장경제에서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꼭 투자자가 아니더라도 경제학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에 더해 급변하는 세계 정치, 경제 환경에서 새로 떠오르는 현상과 개념도 익혀야 한다.
이 책은 이를 도와주기 위한 책이다. 학생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가르치려다 보면 학생들이 정작 중요한 개념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경제 지식을 추렸다고 자부한다.
경제 해설서나 경제 상식 책은 시중에 널려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은 무엇이 다른가? 쉬우면서도 깊이 있게 쓰려고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쉽게 썼다. 나는 25년간 경제 기자 생활을 하면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 어느 정도 몸에 뱄다고 자부한다. 선배들은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기사를 쓰라”고 귀에 못이 박이게 이야기했고, 필자 역시 후배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교수가 되어 경제학을 가르치면서는 학생들과 대화하고 질문을 받으면서 그들의 눈높이를 이해할 수 있게 됐고, 이 책을 쓰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흔히 전문가의 설명이 오히려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전문가가 이른바 ‘지식의 저주’에 빠지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것을 상대방도 당연히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책은 지식의 저주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둘째, 깊이를 추구했다. 경제 해설서 중에는 쉽게 쓰는 데 치중한 나머지 깊이를 소홀히 하거나, 정확성이 다소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독자가 뭔가 알 듯하면서도 석연치 않고 궁금한 점이 남기 마련이다. 이 책은 각 주제에 대해 독자가 궁금할 만한 점을 끝까지 파고들려고 노력했다. 또한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해당 주제의 최신 논문 등 1차 자료를 많이 참고했고, 각 분야 전문가들의 자문과 감수를 많이 구했다.
이 책은 2017년부터 <농민신문>에 격주로 연재한 칼럼 ‘이지훈의 경제이야기’가 바탕이 됐다. (물론 현재 시점에서 시의성 있는 글을 골라, 현 상황에 맞게 고쳐 썼다.) 당시 신문사 측 요청은 경제 현안과 경제 기본개념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써달라는 것이었다.
많은 오프라인, 온라인 독자가 이 글에 뜨거운 성원을 보내주었다. 주식 공매도에 대한 글을 읽은 독자 한 분은 이런 댓글을 남겼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많은 글들을 읽어봤지만 이분이 쓴 글 만큼 논리적인 글은 못 본 것 같다. 본인이 평소에 잘 몰랐던 부분, 예를 들어 장단기 금리차, 인플레이션 등등과 관련해서 읽어 본다면 다른 블로그나 인터넷에서 설명되어 있는 글보다 이해가 잘 될 것이다.”
이 책은 크게 4개 장으로 구분되어 있다.
1장 ‘인플레이션은 너무 뜨거워서는 안 되는 목욕물’은 금융과 거시경제에 대한 글을 모았다. 인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금리인상, 달러 강세 등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들이 담겨 있다.
2장 ‘자국 편향에서 벗어나야 큰돈을 번다’는 주식투자 등 투자와 관련된 글을 모았다. 금리와 주가의 관계, 가상화폐, 주식 공매도, 리츠 등 역시 독자의 관심이 높은 주제가 많다.
3장 ‘1000명의 광팬을 만들면 평생 먹고살 수 있다’는 기업 경영과 관련된 이슈를 모았다. 비즈니스 모델, 차등의결권, ESG, 메타버스 등 최근 이슈와 함께 시장 세분화, 포터의 다섯 가지 힘 이론 등 경영학 주요 이론을 소개했다.
4장 ‘애덤 스미스와 마르크스도 이해하지 못했던 가격 결정의 비밀’은 수요 공급의 법칙 등 미시경제학 기본 개념을 소개하면서 현실 경제에서 그런 개념이 어떻게 응용되는지를 다루었다. 네트워크 효과 등 최신 이론 설명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오랜 기간 졸고를 연재해 준 <농민신문> 관계자 여러분과 많은 원고를 읽고 귀중한 의견을 준 유상대 한국주택금융공사 부사장, 그리고 이 책을 내기까지 물심양면 많은 도움을 준 무궁화신탁 오창석 회장에게 감사드린다.
독자들이 경제를 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경제적 자유를 얻는 데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