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8년 차 항해사다. 실습 항해사부터 시작하여 일등항해사로서 전 세계 바다를 누비기까지 꼬박 일곱 해가 걸렸다. 우여곡절 끝에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지만, 쉽지 않은 날들이었다. (중략)
“인생은 항해와 같다”는 말을 많이 한다. 예전엔 글자로만 이 말을 이해했는데, 실제로 항해사가 되어보니 참뜻을 알겠다. 우리의 삶도 바다도 절대 만만하지 않다.
바다는 매우 불친절하다. 먼저 이야기를 건네는 법이 없다. 앞서 나간 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알아서 하라’는 듯싶다. 일단 항구를 벗어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저 깊은 바닷속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다. 항해 도중 어떤 낯선 손님을 만나게 될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폭풍우가 될 수도 있고 때로 빙하나 암초와 만날 수도 있다.
바닷길은 막막하다. 처음 항해사가 되었을 때 ‘바다 어디에 길이 있을까’ 싶었는데, 그 마음은 8년 차인 지금도 여전하다. 물론 바다에서도 길을 찾아가는 방법은 있다. 쉬었다 갈 수도 있고 돌아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을 마주해도 포기하지 않는 것, 결국은 원하는 곳에 다다를 수 있다는 믿음과 용기를 견지하는 일이다. 그러다 보면 목적지에 이른다. 육지에서든 하늘에서든 바다에서든, 그리고 누구에게든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