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년이 열 살 때 열네 살 먹은 한 소녀를 마음에 드어 한다. <마음에 들어 하는> 그 마음은 소년이 중년의 신사가 될 때까지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잔잔하고 애잔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나의 안토니아』 안에 들어 있다. 읽는 이가 이 작품을 영원히 잊지 못하는 까닭은 포원의 황폐함과 숭고함이 이 사랑을 요약하는 상징이기 때문이리라. 모든 사랑이 그렇듯이.
감히 나의 소설은 쓰지 못한 채 대학, 유학, 대학교수로 50여 년이 덜거덕 덜거덕 지나갔다. 그 긴 세월 동안 타인의 소설은 많이도 번역했다. 영미문학 작품은 한국어로, 한국문학 작품은 영어로, 어찌나 번역을 잘했던지 한국문학 번역상도 여러 번 수상했다. 그래봤자였다. 나의 <장래희망>은 번역가가 아니라 소설가였으니까.
정년퇴직. 반가웠다. <장래희망>에서 <장래>를 들어내야 할 때가 왔다. 썼다. 쓴 것을 지우고 다시 썼다. 다시 쓴 것을 지우고 또 다시 썼다. 쓰기도 즐거웠고 지우기도 싫지 않았다. 그러기를 3년.
「바이폴라 할머니」는 나의 첫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