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 예순이 되었습니다. 지나온 시간들이 아쉽다기보다는 그리움이 되어 제 마음을 더욱 여미게 해 줍니다. 첫사랑 같은 첫 시집을 만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설익은 첫사랑이 못내 안타깝고 설레게 하듯이 첫 시집, 『꽃잎베개』 역시 앞으로 시 쓰는 동안 나로 하여금 안타깝고 설레게 하리라 생각합니다. 시집 원고를 정리하는 내내 덜 익은 감을 먹는 것처럼 입안이 떫은 건 부끄러움 을 말해 주는 것 같습니다.
나름 참된 삶의 길을 찾아 고민하고 그 길을 좇고자 애 쓰는 마음으로 고뇌하며 시 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꽃과 나무와 눈과 비, 내 곁을 스쳐 지나간 사람들과 사물들이 저를 붙잡고 놓아 주지 않았을 때에 시가 되어 주었고, 참으로 멍한 바라보기로 도리어 제가 그들의 곁에 머물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독자들과 서로 감성을 주고받으며 또는 교차하면서 한순간이라도 함께 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다음의 시가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또 시작하려 합니다.
2019년 낙화하는 벚꽃을 바라보는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