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와 단어 사이의 호흡, 문장의 우아한 움직임, 구두점의 무게 같은 것들이 무사히 옮겨졌을까? 언어가 품고 있는 생명력을 옮기고 싶다. 그것의 향기와 색깔, 온도 같은 것들.
어떤 작가의 글은 비석이 화려한 무덤 같았고, 또 어떤 작가의 글은 영원히 죽지 않는 우주 같았다. 다만 아무리 깊고 멀어도 생생한 감각으로 만져지는 글이기를 바랐다. 그저 먼 나라의 먼 이야기가 아닌, 발바닥 아프게 헤맬 수 있는 글. 너무 빨리 사라져버리는 것들 사이에서 오래된 이름을 가만히 부르는 일.
별에서 꼬마 마법사가 튀어나오고, 느닷없이 서커스 무대의 주인공이 되고…. 나는 이유 없이, 복선 없이 전개되는 사건들이 황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안 될 것은 무엇인가? 악어와 수영을 해도 좋고, 꼬마 마법사를 위해 모험을 떠나도 좋다. 이곳은 황당한 이야기의 세계니까. 그런데 생각해보면 인생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파니 뒤카세의 이야기를 옮기며 다시 삶 속으로 들어가는 법을 배운다. 내 앞에 찾아오는 것들을 발견하고, 망설이지 않고 따라가고, 함께 더 가보는 것. 그러다 어느 날 느닷없이 무대 위에 올라가게 됐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는 것. 고양이에게 차를 대접하거나, 레몬 타르트를 던지거나 황당한 이야기를 읽어도 좋을 것이다.
무스텔라가 안전지대의 문턱을 넘어 세상이 저 길모퉁이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처럼 우리도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을 따라가다 보면 끝나지 않은 세계와 열린 문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 문 너머에 파니 뒤카세의 그림만큼 귀여운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책을 활짝 열고 퐁당 빠져보자. 문은 열려 있다.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