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세상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 채 웃고 울며 유년을 보내는, 고통스레 어른의 문턱을 넘는 이 땅의 모든 아이들에게 이 책이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 아이들이 달이와 가슴을 맞대로 불화한 자신과, 또 그런 세상과 악수하기를 꿈꾸어 보는 이 시간은 행복하다.
어느 날 서커스단을 탈출한 원숭이가 던져준 이 이야기는 끊임없이 위협당하며 고통받는 삶과 불안한 날들의 방황에 대한 기록이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마침표를 찍기까지 많은 사연들이 펼쳐졌다가 더러 접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언제나 봄날의 서커스처럼 아슬아슬하고 아찔한 곡예 같은 청춘이, 그 쓸쓸한 그림자가 서성이고 있었다.
지금 이 시간을 살고 있는 율미와 과거의 내가 만난 지점은 어디였을까.
그곳이 어디든 언제였든, 내 영혼의 어두운 거처 어디쯤 지독하게 외로웠던 시간 어느 부근이었을 것이다.
시공을 초월하여 누구에게나 삶은 견뎌야 하는 것이며 또 살아내야 하는 것이리라.
그러기에 누구든 순정한 세계를 향한 열망과 좌절, 뜨거운 성찰의 어느 즈음에서 이 이야기를 만나게 되기 바란다.
길을 잃고 헤매는 율미의 손을 잡아준 이들이 없었다면, 율미는 영영 깊은 어둠 속으로 침잠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들에게 큰 빚을 진 셈이다. 아직은 영글지 않은 율미의 노래, 그 애틋한 그리움과 열망에 기대어 고마움을 전한다.
못난이 율미를 선뜻 보듬어준 문학과지성사에 깊이 감사드린다.
2011년 봄이 오는 즈음,
복사골에서
이제 라온의 아이들을 멀리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다. 이렇게나마 아이들에게 이별의 말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별의 말 한 마디 못한 채 헤어졌던 이들이 만나는 순간을 그려 보는 것은 사뭇 설레고, 가슴 벅찬 일이다.
고얼, 기주, 시형, 무애, 주안, 마로…. 모두 파이팅! 이제 너희들 스스로가 만들어 갖게 된 힘을 과시해 봐. 그 무엇도 너희들의 의지를 꺾을 수 없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