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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심경미

최근작
2024년 11월 <한국 교회 트렌드 2024 + 2025 세트 - 전2권>

싱글 라이프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그런데… 어느 더운 여름, 제가 인도하는 싱글 세미나가 끝나자 30대 중반의 여성이 다가왔습니다. 대학에서 박사과정 공부를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지요. 그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결혼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결혼한 여자 친구의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갔는데, 싱글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답니다. 그녀는 제게 고백하듯 말했습니다. “저는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살아왔어요. 그런데 그날 갑자기 결혼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내가 이때까지 열심히 공부한 것이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실패한 인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거든요. 교회에서는 이런 속마음을 드러낼 사람이 전혀 없어 힘들었습니다. 저 자신이 점점 작아지는 것 같고, 신앙까지 흔들립니다.” 중대형 규모의 교회 청년부 담당 목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싱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요즘 교회에 싱글 청년이 점점 많아지고,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이 많고 힘들어하는데, 정작 교회는 싱글에 대한 대책도 없고 이렇다 할 조언을 해주기도 참 어렵다는 이야기를 털어놓곤 합니다. 어떤 목사님은 교회에서 거의 매주, 청년부는 몇 살까지 갈 수 있는지 묻는 전화를 받는답니다. 나이는 들어가는데, 앞서 결혼한 또래 집단이나 중년이 되어가는 선배 그룹에 들어가긴 좀 그렇고, 가능하다면 청년부에 남아 있고 싶지만 후배들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겠죠. 사실 진짜 문제는 결혼입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자신의 처지가 세상에서도 그리 편한 것은 아닌데, 교회에서는 더 노골적으로 불편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나이 서른이 넘은 싱글은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결혼 문제에 쏠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합니다. 그래서 싱글인 크리스천 중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교회 다니기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시에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교제하고 싶은 욕구도 있습니다. 그래서 싱글들이 대형교회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작은 교회에선 자기 존재가 더 잘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중소형 규모의 교회는 가족 단위로 출석하는 교인이 대부분이고 서로 속속들이 알고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싱글은 교회에서 ‘결혼 스트레스’에 더 쉽게 노출됩니다. “결혼 안 하고 뭐 해?” “남자(여자)가 있어야 하죠.” “열심히 기도해봐. 부모님 걱정시키지 말고 빨리 결혼해. 그게 효도야.” 싱글로 사는 사람을 생각해준다고 하는 말일지 모르지만, 매주 교회 나갈 때마다 이런 말을 듣고 답해야 하는 싱글에게는 고문이 따로 없습니다. 저와 친한 30대 중반의 싱글 여성은 최근에 결국 교회를 떠나겠다며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저, 교회 더는 못 다니겠어요. 매번 결혼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힘들어요.” 믿음도 있고 정말 당당한 친구였습니다. 하지만 싱글로 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신의 결혼에 대한 주변 교인들의 관심이 과하게 느껴지고 무례한 언행에도 지친 것이죠. 싱글들은 영혼의 안식처가 되어야 할 교회 공동체에서 오히려 편견과 소외감에 시달리는 겁니다. 교회 다니는 한 싱글 여성이 항변합니다. “직장과 인생사로도 피곤한데, 결혼 유무로 차별하고 무례히 굴며 소외시키는 교회에, 내가 왜 꼭 다녀야 하죠?” 싱글이 교회 공동체에서 느끼는 불편함과 소외감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싱글은 점점 교회를 멀리할 것입니다. 앞으로 결혼하지 않은 싱글의 비율은 더 늘어날 것인데, 싱글을 배려하지 않는 문화는 교회에 사람이 줄어드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싱글에게 진정 필요한 조언은 무엇일까요? 2015년 인구 주택 총조사 결과, 일인 가구가 520만 3,000가구로 전체(1,911만 1,000가구)의 27.2퍼센트를 차지해 2인 가구(499만 4,000가구·26.1퍼센트), 3인 가구(410만 1,000가구·21.5퍼센트), 4인 가구(358만 9,000가구·18.8퍼센트)를 제치고 가장 흔한 가구 형태가 됐습니다. 또한 2010년 서울시의 ‘통계로 본 서울 여성의 삶’ 자료에 따르면, 이른바 혼인 연령대(25-39세)의 싱글 여성 비율은 1990년 19.7퍼센트에서 2010년에 48.3퍼센트로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이 추세는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불과 10년 전 통계만 보더라도 서울에 사는 25-39세 여성 두 명 중에 한 명은 싱글이라는 것입니다. 이른바, 전통적으로 ‘결혼 적령기’라고 불리는 연령대의 여성이 그렇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교회에도 싱글이 많아진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싱글이 급속히 증가하는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여,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몇몇 교회는 청장년 싱글을 위한 모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교회가 30-40대 싱글을 여전히 ‘결혼 대기자’로 취급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래서 30-40대 싱글 모임에서조차 결혼에 대해 안내하고 ‘결혼 기도 모임’을 합니다. 물론 싱글에게 결혼에 대한 조언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30-40대 싱글은 현재 자신의 삶인 싱글 라이프를 긍정하고, ‘싱글로 사는 시간을 의미 있고 풍성하게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회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거나 소극적입니다. 교회는 결혼과 가정이 하나님이 만드신 절대적인 제도라고 보는 시각이 강해서, 결혼은 독려하지만 싱글 라이프에 대해서는 부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결혼 중심, 가족 중심 관점으로 운영되는 교회 공동체에서 싱글은 답답해하고 자신의 삶이나 속내를 드러낼 수 없으며, 소속감을 가지기도 어렵습니다. 싱글에 대한 저의 고민과 관심은 이와 같은 교회 상황과 분위기에 대한 불편함, 그리고 싱글인 저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교회는 왜 싱글을 배려하지도 존중하지도 않는가? 저는 20대 후반에 인생의 고달픔과 한계를 경험하면서 신앙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30대에 들어서면서 교회 청년부에 가는 것도, 교회 다니는 것도 부담스러워졌습니다. 아울러 교회 안팎에서 나의 싱글 상태에 대한 막말과 무례함에 화가 났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도 답답했습니다.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을 설파하는 교회 공동체에서 왜 싱글을 배려하지도 존중하지도 않는가? 나는 당당하고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하고 싶었으나, 싱글에 대한 고민과 입장이 정리되지 않으면 사람들의 ‘결혼 압박’에 계속 스트레스를 받고 밀려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싱글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고, 대학원에서 싱글에 관한 논문을 썼습니다. 싱글에 대한 공부를 해보니, 싱글로 사는 사람은 이전부터 항상 있었더군요. 싱글 라이프는 모든 사람의 삶의 주기에 다 존재하며, 단지 싱글로 사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짧은 것의 차이만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말장난처럼 보실지 모르지만, 결혼하지 않은 상태라면 10대 청소년이나 사별한 80대 노인이나 싱글이긴 마찬가지 아닌가요? 사회 변화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싱글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싱글로 사는 것이 특별하거나 이상한 일이 더 이상 아니라는 것, 나 혼자만 싱글이 아니고 주변에 싱글이 넘쳐난다는 것 등, 세상에 만연해진 싱글 라이프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제가 싱글 스트레스로부터 자유하게 되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저는 세상의 모든 싱글들, 특히 교회 나오는 싱글들이 현재 싱글의 삶을 즐기고 감사하며, 특히 교회 공동체에서 힘을 얻고 당당하게 활동하기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싱글과 싱글 라이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싱글을 대하는 교회 공동체의 변화도 필요합니다. 이 책은 이런 소망을 이루기 위한 시도입니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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