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예 학과를 나온 서예 전공자도 디자이너도 아닙니다. 오히려 예술 분야와 전혀 상관없는 중환자실 간호사였습니다. 병원에서 삶과 죽음을 봐오면서 어느 날 저만의 삶의 의미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권의 책이 그 시발점이 되었고 제 꿈을 찾고자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그 목록들을 하나하나 실행하며 지워가는 중 제가 무언가를 만들고 그리는 예술 활동에 큰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가죽공예를 배우러 갔다가 우연히 캘리그라피를 만나게 되었고 그 후 캘리그라피와의 인연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한 번쯤은 학교에서 서예를 배웁니다. 저는 서예학원에 다니며 좀 더 오래 배웠던 것이 기억납니다. 조용히 앉아서 먹을 갈며 하얀 화선지 위에 먹이 닿았을 때 그 번짐이 참 좋았었습니다. 그 후 학업에 집중하다 보니 차차 잊혀졌지요. 다시 붓을 잡으면서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무언가 저를 이끄는 힘이 있었습니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앉아 화선지 위에 글씨를 썼고 제 방은 온갖 먹 묻은 화선지로 뒤 덥혔습니다.
캘리그라피는 저를 계속 생각하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해 주었습니다. 예술과는 전혀 관련 없던 제가 ‘글씨를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까?’ ‘나뭇잎에다 글씨를 써보면 어떨까?’ 지하철을 기다리다가도 ‘이 철도의 느낌을 글씨로 표현해 보면 어떨까?’라며 생각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또 이런 걸 만들어서 판매해볼까? 이렇게 사업해볼까? 하며 사업적인 구상도 계속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지금은 [나빛 캘리그라피]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나빛]은 순우리말로 ‘세상에 밝고 빛나는 아이가 태어나다.’ 라는 뜻입니다. 현재는 캘리그라피 강의와 아트상품 제작, 디자인 판매 등 좋아하는 일로 하루 대부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름의 뜻처럼 제가 걷는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세상을 밝게 비추는 캘리그라피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이번 책은 저희 엄마를 생각하며 집필했습니다. 취미 하나 없이 가족만 바라보며 살아오신 그분께 작은 힐링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누군가의 엄마가 아니더라도 휴식이 절실히 필요한 여러분의 삶에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작은 책 한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손글씨를 하다 보면 좋은 문구를 많이 만나게 됩니다. 그 문구를 보기만 해도 좋지만 여러 번 정성껏 따라 쓰다 보면 그 글귀와 내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기도 하지요. 여러분도 저와 함께 그 경험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엄마를 생각하며 좋은 문구를 하나 하나 고르고,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도록 집필한 이번 책! 「조금 지친 하루, 나에게 주는 힐링 손글씨」
오늘 당신과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