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보아 수사학은 말에 부여하는 신뢰도에 따라 그 침체와 부흥을 달리 해왔다고 할 수 있다. 즉 말을 신뢰하지 않고 그 자유로운 표현을 억압하며 말을 통한 의사 소통의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억제하려는 사회에서는 수사학의 온전한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며, 반대로 말을 단순한 미학적 장식으로 간주하지 않고 그를 통해 진리를 추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며 최선의 의사 소통의 공간을 구성하려는 사회에서는 수사학의 눈부신 발전이 기약된다. 한마디로 말해 수사학은 넓은 의미에서의 ‘정치’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이렇듯 수사학이 공공의 영역에서의 자유로운 의사 개진을 전제로 해서만 발전할 수 있다면 다양한 주체들의 다양한 입지점들이 생겨나면서 미세 담론들간의 의사 소통의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되는 우리 사회에서 수사학이 제기하는 쟁점들을 검토하는 것은 매우 시의성 있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