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게이를 응원하는 만화로 시작된 1화 ‘네가 있어야 할 곳’과 한국에서 출간되었던 『여섯』에 수록된 2화 ‘너의 뒤에서’로 완결될 예정이었던 타케루와 코우타로의 이야기가 6699프레스 이재영 씨의 제안으로 8화까지 완성되어 한 권으로 엮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이야기에는 큰 사건도, 이야기를 고조시키는 악역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주인공 주변의 인물들 또한 모두 평범하고 상냥한 사람들입니다. 그럼에도 타케루와 코우타로는 가벼운 말에 상처받거나 쓸쓸한 시간을 보내야 했고, 작은 일이 두 친구에게는 큰 사건이 되기도 합니다. 누구나 경험한 적이 있는, 어떻게 보면 지루할 수도 있는 사소한 일들. 일상의 소소한 사건 하나하나를 두 친구와 함께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기분으로 신중하게 그리려 노력했습니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세상은 변하는 거야.
보이는 것도, 살아가는 것도. 모든 게 다.”
타케루의 말처럼 누구를 만나고, 그 만남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에 따라 세계는 완전히 달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에게는 세상을 바꿀 힘이 없지만, 독자 여러분이 이 만화를 읽는 동안, 그리고 책을 덮은 후에 조금이라도 이 세상이 밝게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행복하겠습니다.
고양이 '나루토'는 저의 만화 『하숙집 형』에서 주인공이 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하숙집에 살고 있습니다. 나루토의 이름은 유명한 만화인 『NARUTO』의 주인공 이름이 아니라, 어묵의 종류인 '나루토마키'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단면이 소용돌이 모양으로 되어 있고 라면 스프에 들어 있어 한국인에게도 친숙할 것 같아요.
나루토의 모델이 된 고양이는 2008년 여름 도쿄에 살던 시절, 아파트 부근 차도와 인도 사이에서 위험에 노출된 채 울고 있던 고양이를 구조했습니다. 아마도 생후 2개월 정도였을 겁니다.
고양이는 두 종류의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매우 심각한 상태였고 입원 중에도 생사를 다퉜지만, 간신히 목숨을 건졌습니다. 그러나 고열 때문에 두 눈이 하얗게 되어 퇴원 후에도 낫질 않아 수의사 선생님은 실명될지도 모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이 호전되어 지금은 매우 건강해졌습니다. 이후 저와 동거인은 늘 나루토를 자식처럼 생각하며 키웠는데, 사람으로 치자면 이제 저보다도 훨씬 나이가 많아졌습니다. 그때 그곳을 지나가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지를 항상 생각하곤 합니다. 그리고 그때 나루토를 만나게 해주신 것을 늘 감사하게 됩니다.
하숙집의 친구들과 나루토가 함께 한 시간을 모은 이 책이 여러분들께 부디 평안한 시간을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기획해주신 6699press 이재영 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