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990년대 이후 NGO현상에 열광하며 NGO에 만병통치적 기대를 가졌던 기억을 갖고 있다. NGO현상뿐 아니라 기업의 사회공헌 역시 대단히 중요하고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학술적 영역에서조차 여기에 지나친 규범적 기대를 갖고 가치의 편향성을 갖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든 것이 변하고 있는 이 불확실한 시대에 대상에 대한 차분하고도 객관적인 접근이야말로 학술활동이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길이라는 사실은 불변의 진리이다.
기존의 사회질서가 다양한 영역에서 변화하거나 혹은 해체되는 현실을 명백하게 목도하면서, 사회학의 역사 속에서 질서의 문제를 다시 떠올려야 하는 것이 어쩌면 우리시대 사회학의 새로운 소명인지도 모른다. 오늘 '한국사회, 어디로 가나?'라는 막막한 주제를 다시 들어올리며 권위주의 이후의 새로운 '권위' 구조를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질서에 대한 현실적 요청과 사회학의 본령에서 제기되는 학술적 요청이 결합된 결과라고도 말할 수 있다.